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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달새 기아처럼 마른 정인이...다른 아기가 온 줄 알았다”[촉!]
증인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아프리카 기아처럼 말라”
장기 결석에 “구청 보고 의무” 꾸며내서라도 양부모 설득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양부모 학대 끝에 사망한 16개월 영아 ‘정인이’가 지난해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했던 2개월 동안의 학대 정황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양부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고 학대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양부모 장모(35) 씨와 안모(37) 씨의 2차 공판에서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는 두 달 넘게 결석했다가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에 대해 “너무나 야위어 다른 아이가 온 줄 알았다”며 “어린이집 교직원 모두가 너무 변한 모습을 보고 많이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경찰 조사 당시에도 “아프리카 기아처럼 몸이 너무 마른 상태”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도 A씨는 “있던 살이 다 없어져 거죽만 남아 있고 아이를 세웠을 때 제대로 서지 못하고 다리를 바들바들 떨었다”고 말했다.

양부모는 지난해 7월부터 두 달간 어린이집 방학과 여름휴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광복절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가정보호를 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양부모는 친딸인 큰딸만 어린이집 방학과 가족 여름휴가가 끝난 지난해 8월 초부터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정인이가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줄곧 얼굴과 허벅지, 다리 등 곳곳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을 발견했던 A씨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출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A씨는 장-안 부부의 큰딸이 어린이집을 오갈 때 정인이가 보이지 않자 “장기 결석을 하면 구청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까지 장씨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본 정인이에 대해 “모든 걸 포기한 모습”이라고 증언하며 A씨는 울음이 터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좋아하던 과자를 줘도 입에 넣지 않았다”며 “(정인이가) 많이 말랐었는데 배만 볼록 나왔고 머리에 빨간 멍이 든 상처도 있었다”고 했다. 여름철이라 민소매티셔츠나 티셔츠만 입고 오던 다른 아이와 달리 원피스에 카디건을 입은 옷차림이었다고 기억하기도 했다. A씨는 정인이를 데리러 온 안씨를 어린이집에 들어오게 해 면담하면서 병원에 꼭 데려갈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양부모는 정인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모 장씨는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양부 안씨는 방임·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양부모 변호인은 지난 15일 재판부에 ‘학대 충격이 누적돼 장기 파열 등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2차 공판은 증인의 신변보호를 위해 법정에 있던 방청객들이 퇴정했고 양부모가 증인을 볼 수 없게 가림막을 설치한 채 검찰과 변호인은 영상 중계장치를 통해 증인을 신문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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