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승리 담보 아냐”…안철수, 단일화만 5수
중도층 or 보수층 이탈이냐, 전략적 선택이냐 ‘주목’
“유불리 따지는 단일화, 구태의연…국민에 감동 못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하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며 선거판세가 혼전 양상에 접어들었다. 집권세력 견제 여론을 등에 업은 야권이 우세를 보이던 것도 잠시, 더불어민주당의 반격이 시작되고 지지층 결집이 일어나면서 좀처럼 판세를 예측하기 힘들다.
그만큼 범야권 입장에서는 ‘단일화’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단일화에 실패해 3자 대결이 현실화할 경우 ‘야권 필패’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는 경우가 다수다.
매번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일화’는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왔다. 우리나라처럼 양당체제가 공고한 정치지형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단일화’만으로 무조건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 그간의 정치사를 되돌아볼 때 단일화가 승리의 열쇠가 된 적도, 패배의 도화선이 된 적도 있다. 단일화 자체에 실패했을 때뿐만 아니라, 단일화에 성공하고도 패배한 경우도 존재한다. ‘단일화 만능론’이 언제나 통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당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단일화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안 대표는 정계에 입문한 2011년 이후 총 네차례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유일한 성공사례는 2011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을 때뿐이다.
이후 2012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를 이뤘지만 박근혜 후보에 패배했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단일화 논의의 중심에 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협상하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단일화에 성공하고도 본선에서 패배한 사례는 또 있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에도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지사에 맞서 민주당 김진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부산시장에 출마한 김영춘 새정치연합 후보가 오거돈 무소속 후보에 후보직을 양보했지만, 결과적으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보수성향의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성향이 강한 ‘제3지대’ 지지층이 서로 힘을 합칠지 여부는 장담키 힘들다. 최종 야권 후보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지지층 이탈이냐, 전략적 결집이냐를 두고 예측이 엇갈리기도 한다.
금태섭 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3지대 후보가 야권 최종 후보로 선출될시 보수층 이탈 가능성에 대해 “(이른바 태극기 세력으로 불리는) 많이 오른쪽에 계신 분들도 전략적 선택을 하실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반면, 안 대표는 앞서 국민의힘으로의 입당 요구에 대해 “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중도층, 합리적 진보층의 표가 이탈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절키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단순히 범야권이라고 해도 사실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고 생각도 다양하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이들이 문재인 정권을 견제한다는 대전제 하에 끝까지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본경선에 진출한 나경원 전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신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국민의힘은 1대1 토론회와 합동 토론회를 거쳐 다음 달 4일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연합] |
최종 단일 후보가 확정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본경선이 진행 중인 국민의힘은 내달 4일 후보를 결정한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사이의 ‘제3지대 단일화 후보’는 내달 1일 가려진다. 내달 18~19일 이틀간 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약 2주간 치열한 단일화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제3지대 단일화’를 둘러싼 실무협의에서도 TV토론 횟수와 시기를 두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최종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도 비슷한 샅바싸움이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유권자에 ‘피로감’으로 작용할지, 주목도를 높인 ‘흥행 드라마’로 본선까지 기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해관계만 따지는 단순한 ‘단일화’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낡아빠진 구태의연한 정치문법에 불과하다”며 “그런 단일화로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