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와 ‘정면충돌’…당내 경선 표심 잃을 수 있지만
경선 승리 자신감 + 본선경쟁력 위한 ‘사전포석’ 작업
여론조사서 유일하게 밀리는 安과 ‘중도 표심’ 승부 해석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1일 열린 민주당 유튜브 국민면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영선 후보 페이스북]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금태섭 전 의원을 품자”고 발언한 것을 두고 향후 본선을 염두에 둔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 전 의원에 대한 당내 거부감이 여전해 당내 경선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본선에서는 ‘중도 확장성’이 승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박영선·우상호, 금태섭 두고 정면충돌 =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그간 ‘원팀 정신’과 우애를 강조해온 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야권 서울시장 주자로 나선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입장 차이로 정면충돌하고 있다.
지난 2일 박 후보가 MBC라디오에 출연해 “(금 전 의원을) 보듬고 가는, 품이 넓은 민주당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 게 발단이다.
우 후보는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태섭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3자 단일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반문재인 연대’에 참여해 대통령을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후보를 끌어안는 것이 민주당의 ‘품 넓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박 후보 발언을 정면반박했다.
우 후보는 이어 “냉정해져야 한다. 박 후보가 이 발언을 거두어주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그간 당내 경쟁상대임에도 서로를 ‘누님’, ‘동생’으로 칭하며 훈훈했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순간이다.
박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 후보의 비판 이후 YTN 라디오에 나와 같은 입장을 고수하며 “노랫소리가 듣기 싫다고 해서 새를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람이 자기가 한 발언에 대해 때때로 감정에 치우쳐서 너무 지나치게 생각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폭넓은 민주당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경선 아닌 본선 내다 본 노림수 = 박 후보의 이같은 입장은 향후 본선을 내다보고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선에서는 당내 지지를 얼마나 받느냐가 아닌, ‘중도층 표심’을 누가 얼마나 더 가져올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르기 때문이다.
여야 주자들 중 현재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만 해도 ‘중도 외연 확장’을 이유로 국민의힘 입당이나 당대당 합당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에 쓴소리를 이어오다 결국 탈당에 이른 금 전 의원에게 박 후보가 손을 내미는 것도 ‘통합과 포용’의 메시지로 중도층의 표심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는 박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자신이 민주당의 정식 후보가 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이 없으면 쉽게 택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경선에서 떨어지면 본선 경쟁력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현재까지 우 후보와 대략 10% 포인트 이상의 상당한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 판세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후보는 본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제외하면 야권 어떤 후보와 대결해도 이긴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결국 ‘가장 센 상대’인 안 후보와 붙을 시나리오를 가정하고도 이기기 위한 포석을 깔아놔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당내 민심을 조금 잃더라도 본선을 바라보고 던진 박 후보의 이번 수는, 결국 다시 당내 경선에도 긍정적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대선 전초전’격인 중차대한 선거인 만큼, 당원들도 결국엔 ‘개인적 선호’보다 어떤 야당 후보와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승리 가능성(본선 경쟁력)’을 우선시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