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 사겠단 사람, 팔겠단 사람보다 많아
전세난 못 참겠다’ 중저가 단지로 몰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의 전세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더 살아나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처럼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해진 것이기도 하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수요로 전환, 중저가 아파트시장에 몰리면서 시장 분위기도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지수는 100.2를 기록해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는 0~200 사이의 점수로 표현하는데, 100보다 높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구와 그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서울의 해당 지수는 10월 첫 주 100 아래로 내려와 그달 19일 96.0을 찍었다. 지난달 들어 98선에 머물다가 전세대책(11월19일)이 나온 이후인 23일 99.8, 30일 100.2로 올라섰다.
지역별로는 강북권역이 100.7로 강남권역(99.8)보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동북권의 지수가 102로 가장 높았는데,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은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포함된다.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매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아예 집을 사버리자’는 수요가 중저가 단지에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지수 역시 99.2로 기준치에 다가섰다. 고가 부동산에 대한 규제로 관망세가 확산했으나,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고 있다.
KB국민은행이 같은 날 기준으로 발표한 서울의 매수우위지수 역시 100.4로, 민간 통계에서도 매도자 우위가 포착됐다. 강북·강남의 해당 지수는 각각 102.1, 98.9다.
시장에서는 전세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발표된 공급 물량 중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인 데다가 다세대·다가구 위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만 더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서울 4900가구를 포함, 전국 3만9100가구의 공실 공공임대의 입주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서울 물량 중 4000가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보유분인데, 이달 중 영구·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기존 방식대로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어서 공실로 남는 물량이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공실주택에 대한 전세 공급을 서두르고 있지만 전세가격 상승 추세는 이달 들어서도 견고하다”며 “당장 전세 불안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층이 매수 전환에 나서는 상황이며, 전·월세 물량이 원활하게 공급되기 전까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이어진 0.02%대 상승을 넘어 이번주 0.03% 상승했다. 아파트 전셋값은 3주 연속 0.15% 올랐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