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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 초비상] 질본, 확진자 동선·상호명 잘못 발표에 애먼 업체들 “밥줄 끊기게 생겼다” 분통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 동선을 공개하면서 일부 상호명을 잘못 발표한 사실이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확진자 동선이 잘못 발표되면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는 공개 취지도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질본이 세밀하지 못하게 정보를 공개하면서, 해당 질환과 무관한 가게 영업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다. 공개된 상호와 동명의 가게들은 애먼 피해를 보고 있다. 질본은 구(區)별로 상호명을 공개하지만, 한 자치구에 같은 상호명의 가게가 여러곳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질본이 지난 2일 5번 확진 환자의 동선 중 하나라고 발표한 ‘서울 성북구의 럭키마트’는 ‘럭키후레쉬마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질본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확진 환자의 카드 전표에 찍힌 상호를 기준으로 발표를 해서 혼란이 있었다. 럭키마트가 아닌 럭키후레쉬마트”라면서 “다음 발표 때 반영하도록 하겠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성북구의 럭키마트 중 일부는 고객들의 방문이 끊기고 문의가 이어지면서 안내 팻말을 붙기도 했다. 질본이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상호를 공개하는 것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것이다. 이 법률은 감염병 등의 주의 이상의 예보 또는 경보가 발령된 후에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진료 의료기관, 접촉자 현황 등을 정보통신망에 게재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질본이 신중하지 못하게 상호명을 공개하면서 확진자와 무관한 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질본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주소가 아닌 성북구 등 자치구 명과 상호를 공개하는데, 확진자가 다녀간 곳과 동일한 상호명을 가진 해당 구 내 업체들은 영업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 질본이 카드 전표만 확인한 채 럭키후레쉬마트로 잘못 발표한 럭키마트는 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하면 성북구에만 3곳이 발견된다. 럭키후레쉬마트는 물론 럭키할인마트 등 유사한 상호의 가게도 다수 존재한다.

확진 환자가 다녀간 다른 가게도 피해를 입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질본은 보도자료를 통해 “5번 환자가 서울시 중랑구 일대 슈퍼마켓인 가락홈마트와 음식점 이가네바지락칼국수를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랑구에는 이가네바지락칼국수가 ‘면목점’과 ‘중화점’, 두 군데나 존재한다. 확진자가 다녀간 이가네바지락칼국수 면목점은 중화점과 불과 2㎞ 밖에 안 떨어져 있다. 이가네바지락칼국수 중화점 관계자는 “우리 가게 아니라고 현수막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라며 “밥줄 끊기게 생겼다. 전화 받는 일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병국 기자·김용재·김빛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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