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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 초비상] ‘탑골공원’부터 ‘초등교실’까지 가짜뉴스 ‘봇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거짓 정보 유통
WHO “정보 범람탓 괴담·사실 분간 어려워”
警, 이미 ‘신종 코로나 가짜뉴스’ 수사 돌입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이를 안 알려주니 우리는 카카오톡으로 공유되는 뉴스로 확인할 수 밖에 없어요.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주지만 별 신경 쓰지 않는다고.”

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60대 박모 씨는 이같이 말하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박 씨는 “얼마 전 지인에게서 받았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후안 바이러스 연구소의 생화학무기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장문의 글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와싱턴타임지 보도’로 시작하는 해당 글의 내용에 대해 미국의 팩트체크 사이트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근거가 없다(there’s no evidence)’며 해당 내용에 대해 거짓(false) 등급을 내렸다.

종로구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탑골공원 쪽에는 장기판 주위로 몰린 노인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들은 저마다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거나 토론을 하는 등, 일상 속에도 신종 코로나가 자리잡은 듯 보였다.

이날 공원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김모 씨는 “질병관리본부건 정부건 (그들이)발표하는 것이 오히려 가짜 뉴스”라며 “엄청 심각한 문제를 정부가 축소하니 우리끼리 정보를 공유해서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한 폐렴에 대비해 이것을 꼭 챙겨 먹자’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동영상 속 남성은 마늘, 양파, 녹차, 콩, 갓 등에 포함된 항바이러스성 물질이 신종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게시된 이 동영상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조회 수 200만을 돌파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 감염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손 씻기”라고 발표했다. 마늘, 양파, 김치 등 식품을 섭취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예방법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가짜 뉴스’는 비단 노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독서 논술을 지도하고 있는 김모(53) 씨는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가짜 뉴스가 횡행한다”며 “지난번에는 ‘강서구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후 또 다른 확진자가 나왔다’, ‘여기가 공항과 가까워 확진자가 생겼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끼리 카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주로 이야기 하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으로도 퍼진 가짜 뉴스는 검색량 증가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구글 트렌드 검색량 통계에 따르면 ’안티푸라민을 코, 입, 손 등에 바르면 신종 코로나 예방에 좋다‘는 정보가 인터넷상에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안티푸라민’의 검색 관심도는 지난 한 달(1월 5~2월 4일) 중 최고점인 100점이었다. ‘모든 세균은 안티푸라민 냄새를 싫어한다’며 전파된 해당 내용은 신종 코로나는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로 전파된다는 점에서 전제부터 잘못된 거짓 정보다.

이러한 신종 코로나 관련 허위 정보가 기승을 부리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신종코로나 유행 일일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 유행과 대응 국면에 대규모 ‘정보감염증(infodemic)’이 동반됐다”며 정보 범람으로 대중이 괴담과 사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보감염증이란 정보(Information)와 감염병 확산(epidemic)을 합친 신조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신종 코로나 가짜 뉴스’ 대응에 들어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최근 공문서 형식으로 퍼진 ‘분당·동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가짜뉴스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경찰은 이 밖에 ‘4번 확진자 사망설’과 확진자 가족이 (경기)안성의 한 병원을 방문해 병원이 폐쇄됐다는 허위 문자메시지 등 현재 6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도 그날 “제주에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가짜 뉴스를 SNS에 올린 A(35)씨를 조사했다.

박상현 기자·신주희·유동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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