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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윤씨는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이 됐나
“비과학적인 연구 결과 도입…국과수의 인위적인 수치 가공”
경찰, 8차 사건 당시 수사관 8명 입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알려진 이춘재의 고등학교 사진과 그의 몽타주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에서 윤모 씨가 범인으로 지목되기까지 경찰의 강압수사뿐만 아니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의 방사선동위원소 감정 결과에도 중대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는 감정 당시 신뢰할 수 없는 분석 데이터를 사용한 데다, 현장 체모 수치가 눈에 띄게 변동돼 신뢰도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윤 씨의 음모를 분석 할 때는 현장음모 수치와 더 유사한 수치를 적용해 감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17일 오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브리핑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진범 논란이 불거진 8차 사건에 대해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연구결과를 법과학분야에 도입해 감정하는 과정에서 시료의 결과 분석값을 인위적으로 조합·가공·첨삭·배제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국과수, 엉터리 동위원소 분석 = 경찰에 따르면 윤 씨가 용의자로 특정되는 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 방법은 상당한 오류가 있었다.

경찰이 법과학·화학·수학 전공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분석한 결과 당시 사용한 국과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은 ▷분석 데이터가 매우 적고 ▷통계학적 근거가 없는 전제를 사용했으며 ▷아무런 근거제시도 없이 40% 편차 이내로 동일성을 판단하는 등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

반 수사 본부장은 “결과적으로는 당시에 이 기법은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한 기법이라기 보다는 용의점이 있는 사람에게 더 유용한 방법이었다”며 “그런데 국과수에서 윤 씨의 체모와 동일하다는 통보를 받고 갑자기 용의자로 선정 된 것이다. 이는 비상식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허위공문서 작성= 경찰은 윤 씨의 음모에 대한 국과수 감정을 의뢰할 때 압수조서나 압수목록 등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이 처음 국과수에 윤 씨 음모 동위원소 감정을 의뢰한 것은 1989년 6월 29일이다. 당시 국과수는 현장에서 채취한 음모와 윤 씨의 음모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화로 통보했다.

당시 정식 서류가 없었던 경찰은 7월 18일께 다시 서류를 보강해 재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임의로 진행된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윤 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다음 정식 감정의뢰를 보낸 셈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당시 경찰에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한 입건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과수의 또 다른 오류가 발생한다. 국과수는 경찰이 윤씨의 음모에 대한 2차 감정을 요구했을 당시 음모 수치를 사용하지 않고 1차때 나왔던 수치를 적용해 감정을 벌인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경찰은 1차 수치가 현장에서 나온 음모 수치와 동일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국과수는 당시 감정에 대해 “완벽하지 못한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30년전 감정 상황을 고려할 때 감정인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검사 등 입건…이춘재 추가 범죄 수사 계속 =경찰은 이춘재 8차사건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사 등 검찰 관계자와 경찰 관계자 등 모두 8명을 형사 입건했다. 수사본부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했으며, 당시 형사계장 A 씨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수사과장 B 씨와 담당검사 C 씨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본부는 검사 C 씨에 대해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된 윤모(52) 씨에 대한 임의동행부터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을 감금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 1명에 대해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수사본부는 향후 각 사건별 수사기록을 면밀히 분석해 이춘재 자백을 보강하고, 추가 범죄 가능성에 관해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반 수사본부장은 “국가기록원에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DNA 감정을 해서 이 체모가 이춘재와 동일하다고 나오면 8차 사건과 관련한 확실한 증거가 생기는 만큼 여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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