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에도 시청광장 인근서 학생·청년 긴급행동 예정
〈사진〉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노동자연대 학생모임’ 등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jakmeen@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가 움직임이 주한 중국대사관 앞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연합 집회를 열어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규탄성명을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19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집회가 열렸고, 23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가 예고됐다. 일부 홍콩 대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시위가 중국 대사관 앞에서 예정돼 있다. 중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명동, 중국 대사관앞에서 이어지는 집회라 중국인들과 한국인 사이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상존한다. 한국을 찾은 일부 홍콩 관광객도 한국 대학생들의 홍콩 시위 지지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19일 오전 ‘노동자연대 대학모임’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민주화 항쟁을 지지하며 중국 정부의 폭력사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대사관 앞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약 40여 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사진〉 19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학생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jakmeen@heraldcorp.com] |
오전 11시 기자회견이 다가오자 학생들과 경찰 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생들은 중국 대사관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경찰이 공관 구역이라며 저지에 나선 것이다. 현장에 나온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비엔나 협약 22조 2호에 따라서 공관지역을 보호하고 공관의 안녕의 침해를 방지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기자회견은 경찰 병력 앞쪽으로 이동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우리는 집회가 아니라 기자회견을 하러 왔다”며 대사관 입구 쪽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5분 여간 경찰과 학생들의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혜신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은 “경찰과 며칠전 통화했을 때 경찰이 ‘이건 국가간 문제이기 때문에 민감하니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난색을 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콩 항쟁을 지지하며 시진핑 정부에 대해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수진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소속 학생은 “저희는 중국인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진핑 정부의 탄압을 받는 중국 대중과 홍콩 대중의 공통의 적인 아빠 시진핑과 딸 캐리 람 정부에 맞써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도형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대표는 “왜 심각한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와 권력자들은 목소리 내지 않느냐”며 “대학생 청년들은 이 권력자들에게 더이상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이제는 캠퍼스 바깥으로도 나아가 홍콩 항쟁 연대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며 “한국의 청년과 학생들이 홍콩 항쟁을 지지한다는 뜻을 강력히 표현한다면 홍콩 현지에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기자회견과 행진은 그 일환으로 준비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중앙우체국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대학가의 ‘홍콩 시위 지지’가 중국대사관 앞으로 이동하면서, 각 대학에서 발생하던 한중 간의 갈등이 더 격화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집회 장소인 명동 인근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쇼핑 중심지이자 중국대사관, 한성화교 소학교 등이 밀집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날 대사관 인근에서 만난 홍콩인 온 이엥(Yeong·31) 씨는 “우리 문제에 이렇게 목소리를 내줘 굉장히 고맙지만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중국인들만의 시각이 있고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하기 때문에 중국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등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오는 23일에도 시청광장 인근에 모여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을 열고 명동역을 지나 중국대사관을 향해 행진할 계획이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