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77%가 부모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어머니가 살아 계시면 꼭 물어보고 싶어요. 왜 나를 그렇게 미워했어요? 왜 나를 그렇게 때렸어요?”
김 할머니는 아동학대 피해자인 김모(77) 할머니는 아동학대 피해자다.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하기 까지 부모님에게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큰 소리를 내서…’ 김 할머니가 맞은 이유는 다양했다. “부모님으로부터 학대를 받아 내 인생이 잘못 꼬였다”는 김할머니. 그는 “학대받던 어릴 때의 기억이 가끔씩 떠오를 때마다 괴롭다”고 했다. 김 할머니를 상담한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할머님이 ‘한이 맺혔다’고 하신다”며 “70세가 넘어서도 슬퍼하신다. 학대 트라우마는 평생을 따라다닌다”고 했다.
19일 아동학대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기억은 피해자의 인생에 깊숙이 관여한다. 피해자들은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스트레스나 극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열등감, 공격성, 분노, 무기력, 피해의식 등이 나타난다.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 피해자들은 누군가의 칭찬을 쉽게 받아드리지 못한다”며 “누군가 자기를 칭찬하면 무슨 의도인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그게 곧 어릴 때 받지 못한 칭찬 대신 체벌과 언어폭력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의 가해자 대부분은 부모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중 76.9%가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사례 유형으로는 신체학대(14.0%), 정서학대(23.8%), 성학대(3.7%), 방임(10.6%) 중 두 가지 이상이 결합된 중복학대가 47.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아동학대를 가하는 부모들은 “학대가 아닌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자신의 딸 이 모(4)양의 팔과 허벅지 쪽에 상흔이 날 정도로 체벌을 가했던 한 부모는 “나쁜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라고 했다. 또 다른 부모는 “아이가 작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답답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학대는 반복되서 나타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사례 판정 후 5년 안에 재학대 판정 받는 아동 수는 2016년 1397명, 2017년 1859명, 2018년 2195명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재학대 가해자 중 95.4% 역시 부모다. 공 대표는 “가장 안타까운 점은 예방가능 범죄임에도 가해자와 분리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올해 1월 수원에서 엄마한테 프라이팬으로 맞아 사망한 여아도 격리 조치됐다가 돌아간 것이고 이번에 미추홀에서 계부에 의해 사망한 5세도 격리 됐다 다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아동학대의 예방과 아동의 보호를 위해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여성세계정상기금(WWSF)은 지난 2000년, 11월 19일을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로 정했다. 한국도 2007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아동복지법을 개정을 통해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19일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오후 1시부터 서울 용산드래곤시티에서 제 5회 아동학대예방포럼과 제13회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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