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 목록에서 ‘성적 지향’을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인권위원회법개정법률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 19일 “개정법률안은 편견에 기초하여 특정 사람을 우리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라고 판단하여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출신 지역,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재화의 이용 등에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2일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한 차별 금지 대상에서 ‘성적(性的) 지향’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는 또 ‘성별’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인권위는 이날 최영애 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오늘날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권증진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함께 요구받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발의된 이번 개정법률안은 대한민국 인권의 위상을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사회의 신뢰에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성적 지향’은 개인의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다”며 “유엔 자유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들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금지하고 성소수자에 대하여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6년 6월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라고 밝힌 대법원의 판례를 예로 들며 “성별’ 역시 그 개념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개정법률안은 여성과 남성 이외의 사람(성전환자, 간성 등), 이성애자를 제외한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에 대해서는 헌법상 차별금지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자는 것으로, 이는 인권위 존립 근거에도 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성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요구이자 인권적 관점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며 “개정안의 내용과 같이 성적 지향을 차별사유에서 제외하거나 성별의 개념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축소하는 입법은 인권사적 흐름에 역행하고, 대한민국의 인권수준을 크게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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