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간 60여억원 모은 뒤 태국으로 도피, 피해자 대부분 주부, 퇴직자 등 서민
가상화폐 불법 다단계 업체에 속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서민들이었다. 사진은 불법 금융 다단계 업체의 설명회 모습. [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경)은 가상화폐로 고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는 미끼로 60여억원을 가로 챈 불법 다단계 업체 대표에 대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적색수배는 인터폴 최고 수배단계로, 민사경의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민사경은 불법 다단계 업체 대표 등 5명을 형사 입건했다. 이 가운데 태국으로 도피한 주범 A씨를 경찰청 공조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 조치를 마쳤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A씨는 ‘페이100’(Pay100)이라는 불법 금융다단계 서비스와 앱을 만든 뒤 하루 0.3%의 이자를 준다고 꾀어 회원을 모집,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2월 말까지 6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가로챘다.
A씨는 적립된 페이를 현금화하려면 태국 다비트거래소에 상장될 암호화폐 A코인을 구입한 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이 현금화가 손쉬운 가상화폐로 교환한 다음 매도하면 된다고 회원들에게 설명해왔으나, 실제로는 실질적인 재화 등 구매나 거래 없이 모바일 앱에서만 보이는 숫자에 불과한 페이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를 코인으로 교환 가능하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회원 불만이 시작됐고 신규 회원 가입도 줄면서 A씨는 투자금을 챙겨 지난 7월에 태국으로 달아났다.
네이버밴드에 회원 약 200명이 피해 상황을 공유 중이며, 이 중 94명이 모두 6억6300만원 규모의 피해 상황을 서울시 민사경에 제보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경기침체 장기화, 시중은행의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서민 투자자들로, 한 푼이라도 아끼려던 가정 주부, 퇴직자 등이 대부분이었다고 민사경은 설명했다.
서울시는 고수익을 미끼로 사실상 현금화나 시장 유통이 불가능한 가상화폐 현혹 불법 다단계업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불법 금융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서울시 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http://safe.seoul.go.kr/accuse) 또는 공정거래위원회(http://www.ftc.go.kr/)와 금융감독원(☎1332)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정재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서민들의 소중한 재산을 노리고 대규모 사업설명회 개최, 인터넷 언론사 홍보 등을 통해 금융상품·가상화폐 등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의 은퇴 후 여유자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기범들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