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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첩첩산중 2020’…막막한 재계
밖으론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속
안으론 친노동정책에 ‘진퇴양난’
내년 경영계획 수립자체 무의미
‘비상경영체제 상시화’ 한숨 절로
규제철폐로 돌파구 마련해줘야

‘첩첩산중’

재계가 바라보는 2020년이다. 말 그대로 벼랑 끝이다.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계에서는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막 초안 수립이 마무리될 시점이지만, 세워진 계획 자체도 각종 불확실한 변수 탓에 무의미 하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비상경영이 상시화될 것이란 한숨이 짙어진다. 내년에는 제조업 전반 위기 속 디스플레이발(發) 인력 구조조정이 타업종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도 줄이며 잔뜩 웅크린 모양새다.

외풍은 더 거세진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장기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향방, 중국의 경제성장률 저하, 미국의 금리인하, 환율 변동성 등 과거 어느 때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선 상법과 공정거래법, 화학물질관리법 등 경영활동을 옥죄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 턱걸이에 그치는 상황에서 기업들에 숨통을 틔워주는 규제완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타다’ 사태에서 보듯 현 정부에선 기대가 어렵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관련 기사 3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노동정책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은 인력 운영에 있어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이라며 “올 연말에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하더라도 컨틴전시 플랜을 상시화해 대외 변수가 출렁일 경우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제조업체 대표들 사이에서 ‘한국 경제는 끝났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텐데 이미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 다른 업종으로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에 휴대전화까지 중국 저가 파상공세에 국내 핵심 제조업의 경쟁력은 악화일로다.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체질전환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예상보다 더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한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 약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 지속되는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내년 사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보다 수익성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여 비용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 르네상스에 힘을 실어 줄 신산업 구조개혁은 요원하다. 인공지능·빅데이터·드론·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기존 제조업과 융복합이 이뤄져야 하는데 규제 철옹성에 막혀 실용화 단계에서 번번히 좌절되고 있다.

이홍 광운대 교수(경영학)는 “드론만 해도 한국은 최강국이 될 수 있는 모든 요소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결국 열등국이 됐다”며 “맘대로 날리는 중국은 패권을 잡았다. 정부가 이제야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는데 신산업에서 2년은 엄청난 차이를 남긴다”며 실기를 안타까워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반도체 업체들은 내년 설비투자 감소를 예고했다. 자동차 업계는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은 물론, 급여 삭감 등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암울한 경영상황은 신년사에도 묻어날 전망이다. 한 화학사 대외업무 관계자는 “매년 신년사에서 직원을 격려하고 대외적으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는데 올해는 어떤 메시지를 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마른 수건을 더 짜야 한다고 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확실한 대외 악재 속에서 국내에서라도 과감한 규제철폐로 돌파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하듯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높아지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며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들이 획기적이고 파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섹션/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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