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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로보틱스’ 체험해보니] “3㎏ 공구 위로 들어도 쪼그려 앉아도…전혀 힘들지 않았다”
상향 작업용 착용로봇 ‘VEX’
근력보상 모듈로 편안함 극대화
배터리·모터없는 멀티링크방식 인상적
무릎관절 보조 로봇 ‘CEX’
‘입는 의자’로 보행시 간섭 최소화
연내 출시 목표…가격경쟁력으로 승부
현대차 웨어러블 로봇 VEX와 CEX를 본지 기자가 착용한 모습. 작업자 움직임에 특화한 구조로 배터리와 모터가 없는 멀티 링크 방식이 인상적이다.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디자인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윤병찬 기자/yoon4698@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30분 만에 닿은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 자율주행을 포함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포함해 다양한 신기술이 개발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전진기지다.

몇 번의 신원 확인과 꼼꼼한 보안 절차를 거쳐 올라간 로보틱스 연구동엔 뼈대와 구동장치를 포함한 웨어러블 로봇부터 현대·기아차가 출시를 예고한 다양한 로봇의 선행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연내 상용화를 앞둔 ‘VEX(Vest EXoskeleton))’와 ‘CEX(Chairless Exoskeleton)’를 착용해보기 위해서였다. 실제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무동력(無動力) 설계는 기대 이상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제공했다.

경쟁력은 신뢰성과 확장성이다. 현동진 로보틱스팀 팀장은 “경쟁사와 다르게 접근한 덕분에 효율성은 높이고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상향 작업에 최적화된 구조적 한계에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였다. 국내외 공장은 물론 건설, 물류, 유통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작업자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한 시간이었다.

▶가방보다 가볍다=로봇이 몸과 하나가 되는 시간은 단 몇 초면 충분했다. VEX는 구명조끼를 입듯 버클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가방처럼 등에 붙은 형태로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구조적으로는 배터리나 전기모터가 없다는 점이 신기했다. 멀티링크(Multi-Link) 방식의 작동 원리인데 가동 범위로 팔을 들어올렸을 때는 마치 스프링이나 용수철이 보조하듯 팔이 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따른 경량화는 덤이었다. 허리를 지탱하는 하네스와 팔에 부착된 링 덕분에 노트북을 넣은 가방보다 가벼웠다.

실제 VEX의 무게는 2.5㎏에 불과하다. 경쟁 모델인 에어프레임(Airframe)과 엑소 베스트(Ekso Vest)가 각각 3.2㎏, 4.3㎏라는 점을 고려하면 VEX를 착용한 작업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길이를 조절하는 범위도 경쟁모델(에어프레임 16㎝/엑소 베스트 12㎝)보다 긴 18㎝로 설계돼 덩치가 큰 작업자의 체형에 더 잘 맞출 수 있다.

▶힘든 기마자세는 없다=팔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정된 각도는 -100도부터 70도다. 동작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경쟁 모델과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근력 보상 모듈이었다. 작업자의 팔 무게에 공구 무게를 더해 편안함을 극대화한 부분이다. 공구 무게와 팔의 하중을 레벨별로 나눠 작업을 보다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매뉴얼도 있었다. 공구를 손에 쥔 상태에서 그냥 팔을 들었을 때와 보상 모듈을 설정했을 때의 차이는 컸다. 최대 5.5㎏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골격에 공구 무게 3㎏를 더해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로보틱스팀은 VEX를 착용했을 때 어깨 근육의 활성도가 30% 정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대흉근과 이두박근의 피로도는 2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곁들였다.

▶‘입는 의자’의 특별함=CEX 역시 배터리가 없는 구조로 보행 시 간섭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었다. 어디서든 앉았다가 일어나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무게는 1.8㎏지만, 몸에서 느끼는 피로도는 없다시피 했다. 작업자의 체중과 공구 무게를 고려한 CEX의 가반 하중은 200㎏이다. 가반 하중이 120㎏ 수준인 오프리스(Ofrees)와 체어리스 체어(Chairless Chair) 등 경쟁모델보다 우위에 있다.

뒷꿈치와 지지부의 거리도 경쟁모델(5~10㎝)의 두 배인 10~20㎝다. 이 거리가 짧으면 걸을 때 간섭이 생기고 앉을 때 불안정한 자세를 유발할 수 있다. 기존 모델의 단점을 보완하고 안정감을 극대화한 로보틱스팀의 시행착오가 엿보인 대목이었다.

김규정 로보틱스팀 책임연구원은 “근전도 테스트 결과, CEX를 착용한 작업자의 대퇴부 부하는 35~57%, 허리부 하중은 10.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로보틱스팀이 예상한 CEX와 VEX의 가격은 각각 1350달러, 3000달러다. 체어리스 체어가 4000달러, 엑소 베스트가 5000달러임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양산설계 비용과 마케팅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출시 이후에는 체형적으로 피로감이 높은 북미공장에 먼저 배치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동진 팀장은 “불편함보다 작업자 위주의 편안함을 위해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이익을 늘릴 수 있도록 제품의 막바지 개선작업이 한창”이라며 “제품이 출시되는 연내 내부 공급망 위주로 수요를 만족시키면 외부에 나가는 시기는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

영상 링크: https://tv.naver.com/v/1072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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