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인재영입·이자스민 이적 등 논란 휩싸여
정작 책임론 다가오자 한목소리로 ‘총선 핑계’
李 “선거 불과 다섯달 남아” 黃 “총선 이길 것”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왼쪽)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총선 준비를 이유로 책임론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두 정당 대표는 각각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면 때의 대책 부족, 인재영입 상황에서의 실책 등을 이유로 당내 불만에 부딪쳤으나, ‘총선 전엔 믿어달라’는 취지로 맞섰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현안에 있어서는 서로가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비판했지만, 자신에게 책임론이 오자 같은 이유를 대며 피하고 있어 주목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현재 소속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를 고리로 쇄신론이 터져나온 상태다. 조 전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당이 타격을 입었지만, 별다른 사과 한마디 없이 지나가려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언론 인터뷰 등 각종 통로를 통해 이러한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조 전 장관 국면에서 소극적이었거나 침묵했던 의원들도 서서히 물밑에서 “부끄러웠다”는 자기고백을 하는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그때는 소신발언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런 분위기라는 것이 있었다”고 했다.
조 전 장관 국면에서 꾸준하게 ‘반대’란 소신의견을 내온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이자스민 전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해 정의당으로 입당한 것에 대해서도 당에 충고했다. 민주당이 이주자 문제 등 진보적 아젠다를 선점하는데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이자스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과 관련, 이자스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밖에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당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이주자 문제는 진보정당이 해결해야할 대표적인 과제지만 민주당이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자스민 전 의원이 보수, 진보진영을 막론하고 ‘극렬 안티’가 많은 상황을 정치적으로 감안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앞서 조 전 장관 국면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는 취지로 사과하면서도 쇄신론이나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선거가 불과 5달 남았다”며 “지도부가 여기서 물러나라면 선거를 포기하라는 것이고 합리적 지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당내에서 소신발언을 이어온 인사들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기적인 문제에 있어 당내 쇄신론이 분출된 이후에야 밀려 사과하는 모습이 부적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재영입을 시도한 황 대표는 ‘공관병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일차적으로 비판 대상이 됐다. 이어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신보라 최고위원 비서의 남편인 것으로 확인돼 ‘세습영입’이란 반발에 직면했다. 여기에 기존 인재풀 안에 있던 이자스민 전 의원까지 정의당에 뺏기면서 황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인재영입의 콘셉트가 와닿지 않는다”며 “우리와 함께 했었지만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인재들을 다시 둘러봐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친박(親朴)이 친황(親黃)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때 하던 주류 행세를 다시 하고 비박은 뭉칠 곳이 없어 눈치나 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버렸다”며 “정치 초년생(황 대표)을 데리고 와서 그 밑에서 딸랑 거리면서 그렇게도 국회의원 한번 더 하고 싶은가”고 했다.
황 대표는 책임론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싸우다 보면 이길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며 “이길 때만 박수 치고 실수한다고 뒤에서 총질할 것이냐”고 했다. 이어 “전부 힘들어하는데 ‘왜 잘 못하느냐’고 하면 쓰러진 군사가 싸워 이길 수 있겠느냐”며 “그러니 박수를 쳐달라. 우리가 다음 총선에서 꼭 이길 것이다. 그렇게 되게 박수치고 못해도 격려해달라”고 했다. 홍태화 기자/th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