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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 ‘탐정업 직업화’ 현재의 선업후법 패턴 바람직
무규제 탐정업 120년 지켜본 후 ‘신고제 탐정법’ 만든 일본의 탐정제 눈여겨 볼만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업)’이란 특정 문제의 해결에 유용한 정보나 단서·증거 등 자료를 수집·제공하는 서비스업을 말한다. 즉 아무런 권력없이 유의미한 자료를 합당한 수단(탐문과 관찰 등)으로 획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거나 그러한 일을 돕는 일’을 주로 하는 직업이다. 공권력의 도움이나 개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적(私的) 의문과 궁금 해소에 그 기여도가 높이 평가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 28개회원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보편적 직업으로 뿌리내린지 오래다.

한국에서의 탐정업은 어떠한가? 탐정업 규제의 근거법으로 삼고 있는 신용정보법 제40조 4,5호(금지조항)를 해석함에 있어 오랜 세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체의 탐정업무를 금지하는 것으로 여겨’ 왔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배척(금지)해야 할 대상은 모든 탐정업무가 아닌 사생활조사행위와 탐정 등의 호칭을 업으로 사용하는 일’이라고 판시했으며(헌재2016헌마473,2018.6.28.선고), 신용정보법 소관청인 금융위원회와 탐정법(가칭 공인탐정법에 의한 공인탐정) 제정을 추진해 왔던 경찰청도 ‘사생활조사와 무관한 탐정업무는 신용정보법이 금지할 영역이 아니’라는 행정해석과 함께 ‘탐정업의 업무영역에 속하지만 금지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을 탐정업 관련 업무에 최상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법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경찰청도 지난 6월 가벌성(可罰性) 없는 합당한 탐정업무까지 무조건 금기시 해온 관행은 법리와 시대상으로 보아 온당치 않다고 판단하고 ‘탐정학술지도사’를 비롯 ‘실종자소재분석사’ 등 그간 처리가 보류돼 왔던 사생활조사와 무관한 탐정업 관련 8건의 민간자격 등록신청(탐정업을 민간차원에서 직업화 하겠다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경유한 민원)을 전격 수리한 바 있다. 즉 비사생활(사생활조사와 무관한) 분야의 탐정업무는 새로운 법률 제정이나 현행법 개정 없이도(당장이라도) 가능해 졌다는 얘기다. 그간의 비정상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정상화된 셈이다.

다만 탐정업을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할 기본법(가칭 탐정업관리법=탐정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탐정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대해 혼란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업(業)이 선행(先行)하고 규율법이 뒤따르게 되는 신직업 탄생에 있어서의 순리적 패턴(先業後法·선업후법)이 우리의 탐정업 직업화에도 자연스레 투영되고 있는 모습은 향후 탄실한 탐정업 관리법 제정을 위한 ‘테스트 과정’으로 여겨도 좋을 듯 싶다. 일본의 경우 1880년대 후반부터 탐정업이 성행하기 시작했으나 탐정(업)을 관리하는 법률은 그로부터 120여년 후인 2006년에 제정돼 2007년에 시행됐다. 탐정업이 선행(先行)한 후 120년 장고(長考) 끝에 탐정업을 신고제(개방형 소극적 관리,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로 법제화한 일본은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6만여명)의 탐정산업을 이룬 최상의 탐정 모범국에 등극해 있다.

이렇듯 탐정업에 있어 관리법 제정이 현업(現業)보다 후행(後行)한다 해 대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보는 것은 오늘날의 법제 환경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기우가 아닌가 싶다. 관리법이 아니더라도(관리법이 없거나 제정이 늦어지더라도) 탐정업의 사생활조사 등 일탈을 제어할 법률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형법(비밀침해죄. 업무상비밀누설죄 등), 민법(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경범죄처벌법, 주민등룍법, 변호사법(기타 일반의 법률사건 취급) 등 20여개의 개별법이 탐정업의 불법‧부당을 실효적으로 제어하거나 용납하지 않고 있음을 반추해 본다면 결코 관리법 제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설탐정(민간조사업)에 대한 교육이나 최소한의 결격사유(탐정업 부적격자배제) 등을 정할 수 있는 법이 바로 ‘(가칭) 탐정업관리법’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관리법 제정은 시기의 문제일 뿐 업태의 건전화와 서비스품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대한민국도 이제 관리법 제정보다 선행한 탐정업을 보다 질서정연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관리할 후속조치 즉, 언제든 ‘(가칭) 탐정업관리법’만 잘 갖추면 글로벌 수준의 탐정제도가 완성되는 셈이다.

문제는 ‘탐정업관리법’ 제정 타이밍이다. 오늘날 일자리와 일거리 창출은 절박한 국가적 과제가 된지 오래이며, 탐정(업)을 피해회복이나 권리구제에 활용하려는 시민들의 늘어나는 욕구에 답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무라 할 것이다. 거기에 치안력 보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탐정업 신직업화(공인탐정제 도입)’도 이제 그 가부나 형태를 답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판례와 법률의 재해석 등으로 탐정업이 보편적 자유업으로 창업과 취업이 현실화된 것은 지금이야말로 ‘탐정업관리법’ 제정이 절실함을 총체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공인탐정제 방안’의 취지와 목적도 굳이 공인제가 아니더라도 보편화된 탐정업과 그 관리법(가칭 ‘탐정업관리법’)을 통해 충분히 대체 달성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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