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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속은 기본, 갓길주행까지…적발되자 “150km도 안 밟았는데…”
난폭운전 암행 순찰차 동행취재
단속차는 시속200km 손에 진땀
“인식조차 못해…운전습관이 문제”

시속 200km로 달리는 차량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량 앞으로 끼어든다. 갈 지(之)자를 그리다 순식간에 1차선에서 4차선으로 접어든다. 앞선 차량의 뒤꽁무니에 붙어 위협 운전을 하고 과속 단속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갓길로 들어선다. 전형적인 난폭운전 유형이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27일 경찰 협조를 받아 ‘난폭운전 단속’에 동행했다.

지난 27일 김포공항 앞. 암행 단속 차량에 탑승하자 경찰 차량에 탑재된 네비게이션 모양의 화면이 선명했다. 위반 행위를 녹화하는 채증 장비다. 화면에는 앞 차량의 속도와 단속 차량의 속도가 표시된다. 김상숭 인천지방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경위는 안전벨트를 꼭 매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따가 시속 200km까지 밟게 될지 몰라요. 안전벨트 꼭 매세요”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접어든 지 15분이 지났을까. 정속을 지키며 운행하던 암행차량 앞에 한 택시가 순식간에 끼어들었다. 1차선과 2차선을 종횡무진 하던 택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난폭성을 감지한 이경원 경위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자, 따라가겠습니다.” 채증 화면에 잡힌 택시의 속도는 시속 187km. 이를 따라가는 암행차의 속도도 금방 180km를 넘었다. 안전벨트를 부여잡은 손에 이내 땀이 맺혔다.

정차하기에 안전한 구간에 접어들자 순찰대는 택시를 적발할 준비를 했다. 차량 뒤쪽에 있는 ‘경찰입니다’라고 적힌 LED 전광판을 켜고 사이렌으로 경찰임을 알렸다. “0000 택시. 우측으로 빠지세요. 경찰입니다.”

반발할 줄 알았던 택시기사는 예상과 달리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차에서 내렸다. “죄송합니다. 공항에 예약이 있어서… 급하게 가느라 그렇게 됐습니다.” 경찰은 위반 사항 안내 및 조사 절차를 설명했다. “과속, 급차로 변경, 지그재그 운전, 카메라 단속 직전 갓길주행. 모든 게 도로교통법 위반이기 때문에 난폭운전으로 입건하겠습니다.” 입건이라는 말에 택시 기사의 표정이 달라졌다. “면허 취소될 수도 있는 건가요? 취소는 안 되는데…”

적발된 운전자 중에는 자신이 난폭운전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일하게 난폭운전으로 입건된 30대 코나 차량 운전자는 경찰의 안내에 “입건이요? 150km밖에 안 밟았는데…”라는 말을 뱉기도 했다.

김 경위는 난폭운전은 습관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적발돼서 내리시는 분들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대부분 죄송하다고 하고 수용하고. 난폭운전이 그냥 습관이 된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잘못이라고 인식이 되질 않는 게 크죠.”

단속요원들은 매일 6시간 이상을 고속도로 위에서 보낸다. 하루에 이들이 주행하는 거리는 평균 400km다. 김 경위는 “매일 부산 가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고속도로를 왕복 10번 왔다 갔다 할 때도 있죠”라고 말했다. 난폭운전 차량을 잡으려면 이들을 추격해야 하는 탓에 사고위험도 크다.

암행 전담요원이 배치됨에 따라 난폭운전 단속 건수도 지난해 대비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암행 차량의 난폭운전 단속 건수는 2128건으로, 지난해 466건에 비해 약 4.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수 감소 효과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고속도로 기준 사고 사망자수는 125명으로 지난해 170명 보다 26.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숙호 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경감은 “올해부터 전문적인 단속이 시작되면서 사고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암행단속 시행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난폭운전을 줄이는데 힘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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