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화 막으려면 국민 관심 필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3년을 맞은 시점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긍정과 부정의 우려와 기대가 함께 나왔다. 극단적으로는 김영란법이 ‘죽은 법’(사법·死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대법원 판례가 쌓이면 입법 취지에 어울리는 사회 변혁의 큰 힘을 낼 것이라 보는 기대도 있었다.
김영란법 전문가인 김현성 법무법인 동백 변호사는 2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경우는 단 1건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있으면 입건을 하고, 실제 제대로 된 조사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청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정기관의 수사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지적했다.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도 “김영란법 시행 3년을 놓고 봤을 때, 개인적으로 평가점수는 100점 만점에 87점 정도를 주고 싶다”면서 “(회식 등) 소소한 관행들에 있어서는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김영란법 위반 등으로 인해서 형사처벌 등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과태료 부과나 기소율이 많이 낮은 편이다”라고 강조했다.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한 민원과 청탁의 구분이 모호하고, 청탁은 은밀하게 이뤄지기도 하다보니까 본래 김영란법의 목적에는 미흡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회식문화를 개선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아직 김영란법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이 법과 제도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국민 의식의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김영란법 위반으로 신고가 되고 기소되고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받는 비율이 적은 것은 국민들의 부정청탁에 대한 의식이 떨어지는 데서 오는 문제라고 본 것이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는 김영란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듬어 모호한 부분을 없애야 한다고 봤다.
박선아 교수는 “고위 공직자와 직무 관련자 간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사례가 빈번한데, 국민권익위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이해충돌 방지 법안을 입법화해 공직을 통한 사익 추구 금지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성 변호사는 “국민들의 의식개선이 이뤄져서, 김영란법도 현실 속 부정청탁 사례들에 더욱 활발하게 적용돼야 한다”면서 “위장전입을 법적으로 막아둔 주민등록법은 위장전입이 국민들 사이에 ‘위법’ 이라는 의식이 약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김영란법도 이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고 봤다.
박균성 교수는 “국민들의 의식 개선이 우선 있어야 하고 법 개정을 더욱 명확하게 해서, 지금은 뚜렷하지 않은 청탁과 민원의 경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적용 액수를 높이자는 의견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 다수였다. 김현성 변호사는 “지금 직무연관성이 있으면 3만(식사), 5만(선물), 10만(경조사비)원으로 청탁상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높이게되면 공무원 등 김영란법 대상자들은 ‘그 한도 아래는 위반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균성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상한선을 올릴 수는 있곗지만, 물가에 따라서 그때 그때 올리는 건 좋지 않다. 5년가량 시간이 지난 후에 꼭 필요하다면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우·김민지 기자/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