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관 통화, 부적절”반박
법무부 차원서 해명자료도 비판
법조계 “공사 구분 못했다” 지적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정회되자 회의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 |
조국 장관 동생 조모씨가 웅동학원의 위장소송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2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 |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자택 압수수색 현장 때 있던 검찰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 장관 가족 수사를 놓고 벌어진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가족으로서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검찰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던 조 장관의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 장관은 27일 출근길에 “장관으로서 압수수색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게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의 건강을 배려해달라고 한 말”이라며 “인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수사팀장과 통화했느냐’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처가 상태가 안 좋으니 차분히 해달라”고 했다며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는 조 장관과 검찰의 통화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통화하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검사에 대한 인사권과 수사관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법무장관으로서는 절대 해선 안되는 행동”이라며 “공사 구분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배려를 당부하더라도 현장에 있던 자녀나 변호인을 통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조 장관에게 직권남용이나 검찰청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압수수색은 그대로 진행됐다”며 “업무를 막거나 하게끔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범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법원에서 직권남용을 폭넓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전화를 받은 당사자가 압박을 느꼈는지와 압수수색과정에 영향을 끼쳤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장관이 피의자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압수수색 참여권이 보장된 사람이라며 직권남용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당은 검찰의 수사상황이 야당에 직보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현직 장관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야당에 흘러들어가는 게 꼭 잘못된 일인지는 의문”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정권의 잘못된 행동이 야당에 흘러갔다면 그것을 잘못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나. 현 지점에서는 현직장관이 전화통화를 했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지적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장관에 대한 해명자료를 법무부 차원에서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말도 나온다. 조 장관은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법무부 차원에서 해명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장관 개인 차원에서 한 통화였다면 이에 대한 해명도 개인 차원이나 변호인 등을 통해 해야지, 자신이 공직으로 있는 기관에서 해명이 나오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조 장관은 지난 23일 검찰과 통화하면서 법무장관인 자신의 직책을 먼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화를 받은 검사는 반사적으로 ‘관등성명’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의 통화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은 거센공방을 벌였다. 법무부는 전날 “압수수색이 시작된 후 장관의 배우자가 충격으로 쓰러져 119까지 부르려던 상황이라, 남편으로서 (배우자가) 놀라지 않게 압수수색을 진행해달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조 장관께서 통화한 검사에게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여러번 했다. 전화를 받은 검사는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하겠다고 응대를 수회 했고 그런 과정에 심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한 법무부 간부는 “부인이 힘들어하는 상태에서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부탁이 아니냐”며 “법무부와 검찰 사이 대화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mun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