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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보내면 영상 지워줄게” 넘어가는 순간 통장잔고는 ‘0원’
보이스피싱A-Z② 끝나지 않는 협박
‘성매매공갈’잔고 없을때까지 돈 빼
전문가 “협박시작되면 경찰에 문의”

성매매 사이트 고객정보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공갈형’ 보이스피싱이 등장한 것은 작년부터다. 성매매 데이터 베이스(DB)를 확보한 보이스피싱범들은 지인에게 영상이나 녹취파일을 뿌리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갈취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돈을 한번 입금한다고 해서 이들의 협박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통장 잔고가 바닥날 때까지 돈을 가져간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이들을 상대하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동안 성매매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이버 범죄는 ‘몸캠피싱’이었다. 몸캠피싱은 영상통화로 음란 행위를 유도하고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돈을 뜯는 피싱을 말한다. 현재 몸캠피싱은 영상통화 앱에 악성코드를 심어 자동으로 촬영물을 녹화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전화번호 목록까지 입수해 실제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영상을 보내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몸캠피싱에 비해 성매매 공갈형 피싱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다. 보이스피싱 조직 입장에서 악성코드나 어플을 깔 게 하는 수고스러움도 필요없다. 그저 상대방의 성매매 내역 DB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계 김은정 경위는 “아직까지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작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고 올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는 유형”이라며 “이들은 성매매 알선사이트, 유흥업소 정보공유 사이트 등에서 이용자들의 신상정보 등을 구매하거나 해킹을 통해 수집한 뒤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뜨기 시작한 성매매 공갈형 피싱은 불과 1년도 안돼 수법이 정교해졌다. 초창기에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성매매 기록이 유출됐다”고 찔러보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매우 구체적인 정보로 피해자를 당황시킨다.

보이스피싱범이 DB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성매매 영상이나 전화 녹취록, 개인 전화번호 기록까지 갖고 있을 확률은 낮다. 하지만 이미 구체적인 성매매 기록을 제시하는 순간 당황한 피해자에게는 선택지가 얼마 없다. 설마 정말 그들이 내 개인정보를 갖고 있을까 의심하다가도 이 불확실함과 싸우는 것이 괴로워 돈을 보내는 선택을 하고야 만다.

중요한 것은 돈을 보낸다고 해서 그들의 협박이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돈을 보내면 영상을 삭제해준다는 보이스피싱범의 말은 100% 거짓이라고 말한다. 강서경찰서 지능팀 김기범 경사는 “보통은 지금 통장에 얼마 정도 있죠? 라고 떠보면서 재산 수준을 파악하고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돈을 빼가는 경우도 다수”라며 “한번 입금하는 순간 협박범에게 말리게 되는 것이다. 돈을 보내기 전에 경찰을 찾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좋은 방법은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 것이고, 만약 협박이 시작된다면 전화를 끊고 경찰에 한번이라도 문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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