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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대통령 유엔연설]‘분단상징→영구평화’…‘DMZ카드’로 北美대화 ‘불지피기’
文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의미·배경은
남북평화 모멘텀 살리고 北비핵화 유인
국제사회에 대북협력·공조 메시지 발신
北에 현실적 ‘안전 보장’ 상응조치 판단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강경화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한 관계자가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

[뉴욕=강문규 기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국제무대에서 전격적으로 ‘DMZ 카드’를 선보였다. 지구촌 마지막 분단의 상징인 DMZ를 영구적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영구적 평화와 진전이 없는 북미대화 불씨의 ‘디딤돌’로 DMZ를 꺼내든 것이다. 이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해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장치를 만들자는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인하기 위한 ‘상응조치’의 성격이라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왜 DMZ인가=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국제 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엔총회라는 글로벌무대에서 일종의 ‘깜짝카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분단상징’을 ‘평화상징’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중을 꺼낸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에 대한 협력과 공조 요청 메시지로 읽힌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국제사회 여론에 환기시키면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카드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꺼낸 든 ‘DMZ카드’는 그동안 북한 측이 주장해온 체제 안전보장을 국제사회 공동의 과제로 부각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당근’을 제시하는 효과도 의식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시한 ‘약속’을 실질적인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비핵화 ‘상응 조치’는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간 실무협상의 핵심 키워드다. 문 대통령의 이런 DMZ카드는 북한을 북미 실무협상, 나아가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추구해온 대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발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선순환을 이룰 경우, 국제평화는 한반도 공동번영의 상징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담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과 관련해 구체적으로는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 지정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유엔지뢰행동조직 등과 DMZ 지뢰 협력제거 등의 내용을 제안에 담았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은 북한 관계자 역시 지켜보는 장면이 포착됐고, 이에 북한의 대응 여부와 그 내용이 시선을 끌고 있다.

▶남북평화 모멘텀 한층 업그레이드=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4·27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선언에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았고,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가 체결된 뒤에는 DMZ 내 화살머리 고지에서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날의 DMZ카드는 유엔총회라는 글로벌무대에서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라는 게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으로선 국제무대에서 재차 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밝힘으로써 지금이 판문점선언의 합의를 한단계 더 발전시킬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간 협력사업이 주춤했지만, 최근 북미대화가 제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남북 간 협력도 가속화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본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 배경엔 남북평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선 북한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상응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중도 실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도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를 앞두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DMZ카드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과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DMZ 내에 유엔기구 등 국제기구를 유치한다는 것은 남북 간 재래식 무기로 인한 충돌 위험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여기에 DMZ와 관련된 제안이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사안도 아닌 만큼, 실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당장 긍정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실효성 측면에선 불투명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특히 남과 북의 서로에 대한 안전보장에 힘을 주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쟁 불용, 안전보장, 공동번영 등을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세가지 원칙으로 제시했다. 남북이 평화경제를 본궤도에 올려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 연설의 또다른 포인트였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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