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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 요양병원 화재]노인 환자 구한 70대 간병인들, “한명씩 손으로 끌어내 옮겨”
65세 이상 고령 간병인 활약…구조 끝나서야 통증 호소
환자 가족들, “간병인 없었으면 더 큰 피해 있었을 것”
24일 화재가 발생한 김포시 한 요양병원 1층 주차장에서 황인자 (71)간병인 팀장이 다른 간병인들을 위로하고 있는 모습.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24일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 1층 주차장앞. 분홍색 옷을 입은 간병인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24일 오전 11시20분께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 1층 주차장앞. 한 70대 여성이 수십명의 환자들이 누워있는 이동식 침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는 한 90대 환자를 발견하고는 주저 앉아 “아이고…감사합니다”를 외쳤다. 환자 보호자처럼 보였던 그는 이 병원 간병사 팀장인 황인자(73) 씨였다. 그는 누워있는 환자 얼굴을 연신 어루만지며 다친 데는 없는지 구석구석 확인했다. 황 씨는 그가 맡은 202호실 6명의 상태를 한명 한명 확인하고서 안도의 눈물을 쏟아냈다. “오늘 제가 쉬는 날이라서 현장에 없었어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우리 간병인들이 손수 다 구해냈어요.”

김포 요양병원 화재의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65세 이상 간병인들의 활약이 컸다. 고령의 간병인들은 화재 당시 병원 직원들과 함께 몸을 던져 환자들을 휠체어에 옮기고 이동식 침대를 이동시켜 구조활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연기를 뚫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구조한 이들의 손과 얼굴은 시커먼 연기가 묻어있었다. 1층 주차장 구석에 간병인 서너명이 구석에 모여앉아 검게 그을린 서로의 손을 바라보며 위로를 건넸다. 병원으로 실려간 환자들을 생각에 이들 표정은 어두웠다. 60대 한 간병인은 “사망 환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중환자실에 있어서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곁에서 다른 간병인이 “그래도 언니가 한명의 생명은 구한 것”이라고 위로했다.

고령의 간병인들에게 화재 인명 구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곳 병원에는 총 24명의 간병인이 있는데 65세 이상이 대부분이다. 70대 이상 간병인도 5~6명이다. 이들은 모두 중국 동포로 간병인 협회를 통해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간병인 박경숙(71)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화재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가스소리가 ‘펑’소리가 나고 복도가 연기로 가득 찼다”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 한명씩 들어올려 휠체어에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힘들었는지 계속해 온몸을 떨었다. 이들은 구조가 끝나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통증을 호소했다. 70대 한 간병인은 “당시엔 몰랐는데 이제 보니 허리와 팔다리가 쑤신다”며 허리를 펴지 못했다.

가족들은 간병인의 헌신적인 구조에 감사를 표했다. 이정순(91) 씨의 보호자 박모(54) 씨는 “간병인이 물에 적신 수건을 줘서 연기를 마시지 않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며 “사고시에도 환자 곁을 지켜준 간병인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께 모든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난 뒤에도 간병인 10여명은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바닥에 앉아 간식과 음료로 늦은 점심을 챙겼다. 황 팀장은 간병인들에게 “고생많았다”고 손을 꼭 잡아줬다.

화재는 지난 24일 오전 9시 3분께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상가 건물 내 4층 요양병원 보일러실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이 불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132명 가운데 A(90·여)씨 등 2명이 숨졌다. 다른 환자 47명이 다쳐 인근 11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간병인 12명도 연기흡입으로 병원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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