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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협력사 “삼성 퍼스트”…‘한일 반도체연합’ 암운 우려
삼성전자 100대 협력사 중 日23곳…韓이어 2위
日공급사 “삼성의 조달입장 변화 없어” 안도 속
높은 日의존도에 삼성, 조달처 바꿀까 전전긍긍
日재계, 이재용 부회장 럭비월드컵 초청 시선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본 내에서 ‘한일 반도체 연합’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들은 “(일본을 중시하는) 삼성의 조달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며 안도하면서도, 삼성이 일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의 위험성을 인식해 대체선 모색에 나선 만큼 한일갈등이 지속되면 삼성과 일본의 상생·분업체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재계의 초청으로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럭비월드컵 2019’에 참석해 이목이 집중됐다. 이 부회장의 이번 일본 방문은 아베 정부가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난 2개월새 두번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산업 전문 자매지 닛케이산교우신문(日經産業新聞)은 최근 “일본의 원자재 조달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은 흔들림없지만, 양국의 정치적 충돌로 일본 의존 리스크가 표면화되면서 한일 반도체 연합의 미래에 불투명감이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1일 3개 품목(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레지스트)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했을 당시 자국 관련업체들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힌 뒤 “양국 산업계가 정부간 대화부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며 “지나친 도발행위가 지속되면 삼성과 일본 협력사가 구축해온 공존·공영의 분업체제조차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발표한 국가·지역별 주요 100대 협력업체 가운데 일본 기업은 23개사로 한국(39개사)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국(19개), 중국(8개), 대만(6개) 순이었다.

삼성전자의 일본 협력업체로는 대(對)한국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레지스트(감광재)를 공급하는 스미토모화학을 비롯해 SUMCO(실리콘웨이퍼), 모리타화학(불화수소)을 비롯, 무라타제작소·TDK·교세라(전자부품), 도쿄일렉트론·캐논(제조장비) 등이 대거 포함됐다.

신문은 현지 협력사 관계자들을 인용해 “조달처를 바꾸면 수율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삼성도 그 위험성을 알고 있다”며 “삼성 경영진의 (일본 중시) 조달 자세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공급업체 입장에선 ‘삼성이 퍼스트’라는 배경도 설명했다. 과거 주요 거래처였던 일본계 전기업체가 사업을 철수·축소하면서 일본 세력이 퇴조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디바이스 기업으로 성장하며 결과적으로 삼성이 최대 고객이 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첨단 부품과 소재를 외부에 의존하는 삼성과, 최대 고객을 잃고 싶지 않은 일본계 공급업체의 상호 의존관계는 당분간 강력하겠지만, 일본 정부의 수출관리 엄격화에 대해 한국 정부와 여론이 ‘경제보복’으로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삼성도 당장 대체 조달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럭비월드컵’ 개회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측으로부터 럭비월드컵 개회식과 개막전 참관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논은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방일이 일본 재계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란 점에서 볼 때 일본 부품·소재 업계에서 삼성이 최대 고객이라는 중요성과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5G 기술 협력을 삼성과 지속하고자 하는 일본 재계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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