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여당의 반대 압력에 물러선 듯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박원순 서울 시장이 19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행정안전부가 7월30일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 여론에 기대어 이 사업에 제동을 걸고, 시가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맞 받아친 지 한달 반 만이다.
박 시장은 이 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어떤 논의도 마다하지 않겠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이란 중차대한 과제를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다. 사업 시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시민들의 어떤 지적이나 비판도 더욱 귀 기울여 듣겠다. 반대하는 시민단체와도 함께 토론하겠다. 중앙정부와의 단단한 공감대도 만들어졌다. 광화문광장 일대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재구조화의 비전을 공유하고, 현재의 단절, 고립된 형태의 광장을 해소하는 등 단계적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에 공동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소통을 강조했다.
시민과의 ‘소통’이 최우선임을 다시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로써 2021년 5월로 예정된 완공 시기 뿐 아니라 현재의 6차선으로 분리되는 2개 광장 안이 폐기 또는 수정될 가능성이 열렸다.
앞서 지난달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 출석해 단호하게 사업 추진 의지를 피력한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태도다.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반대 여론이 60% 넘으면 재검토를 고려할 의향이 없느냐”는 김소양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청계천광장 때 거의 80% 이상이 반대했다. 청계천 복원은 굉장히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정을 펼치다 보면 반대가 있다”고 강행할 뜻을 밝혔다.
재추진 일정은 내년 4월 총선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초 행안부의 공식 문제 제기 이면에는 총선 이전에 청사 주변 인근 상인 등 이 사업을 반대하는 지역민과의 갈등을 부담스러워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박 시장이 한 발 물러선 건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사업을 강행할 경우에 맞을 정치적인 부담이 고려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이 날 박 시장은 “지난 8월말에 대통령 모시고 얘기를 했다. 행안부 장관도 참석했다. 시민과의 소통에 대한 당부의 말씀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양보의 배경에 대해 “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 한번 결정하면 직진하는 방식은 권위주의 방식이다. 결과만 중시하는 방식은 지나갔고,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다. 소통과 상생이 박원순의 길이다”며 “서울의 미래 대한민국의 100년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사업인데, 여전히 시민 소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어서, 충분히 검증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사업을 박 시장의 대권가도를 위한 ‘박원순 대선 프로젝트’로 보는 시각이 여전한데다, 박 시장의 ‘친정’이자 ‘병풍’인 시민사회단체 마저 현재의 설계안에 반대해 자칫 박 시장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박 시장이 평소 강조해 온 ‘소통’ 행보와도 모순되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도 있다. 박 시장은 자신의 저서 ‘경청: 박원순의 대한민국 소통 프로젝트’에서 시민을 만나 귀를 열고 소통하는 일이 “현안을 해결하고, 갈등을 풀고,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의 초석을 쌓는 과정이었다”고 썼다. 숱한 논란과 반대를 뚫고 밀고 나가는 ‘카리스마’ ‘추진력’은 처음부터 ‘박원순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올 1월 국제현상설계공모 선정을 거쳐 실시설계까지 마친 현재 설계안은 보다 폭넓게 수정될 여지가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선자와의 계약 후에도 착공에 나서지 않을 경우 무효되는 것은 아니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 용역은 기간이나 내용이 변경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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