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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 ‘그놈’ 잡았다]송강호 실제모델 하승균 전 총경 “또다른 범행 있을 수 있다”
-“이런날 올줄 알아 DNA 빛 본건”
-“피해자 유족 이상 분노 느껴”
하승균 전 총경[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하승균(74) 전 총경은 “그놈은 살인을 멈출 놈이 아니다”며 “기존에 알려져 있던 살인사건 외에 다른 사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전 총경은 19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절대 범행을 포기할 놈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 전 총경은 1986년 12월 4차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근무했다. 2003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의 실제 모델이다. 같은해에는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는 하 전 총경의 자전 에세이가 출간되기도 했다.

하 전 총경은 “10건의 사건 중 6건의 이상이 시신을 훼손했다”며 “여성의 몸 안에다 뭘 집어넣고, 죽고 난 뒤에 신체를 면도칼로 훼손했다. 범행을 즐기는 놈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 수법으로 봐서 범행을 포기할 놈이 아니다. 성폭행을 하면, 범인은 체액을 흘린다거나 음모 모발이 남고, 타액을 남긴다. 경찰은 모든 것을 국과수에 보냈다. 그게 빛을 본 것”이라고 했다. 화성살인사건 10건 중 2건의 유류품에서 검출된 DNA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된 이모(56)씨는 처제 강간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중이다.

사건이 미궁에 빠질수록 유족들에 대한 미안함은 커져갔고, 범인에 대한 분노도 그만큼 커졌다고 했다.

하 전 총경은“‘범인을 만나면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겠나”며 “사건마다 피해자 시신 수습 과정을 다 지켜봤다. 피해자 유족 이상의 분노를 느꼈고, 그들에 대한 ‘형사가 이것 밖에 안되냐’라는 유가족에 대한 피해의식도 느꼈다”고 말했다.

범인을 찾으려는 하 전 총경의 노력은 2006년 퇴직 이후에도 계속됐다. 30년 이상 범인을 쫓은 셈이다. 지난해까지 화성살인사건 당시 공개된 몽타쥬 속의 인물을 봤다는 제보가 이어졌으며 최근까지도 경기남부경찰청 미제사건팀과 일종의 ‘공조’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 전 총경은 “미국에서 한국에서 이민온 사람이 수사를 받는다고, (그 사람이 아닌지) 나에게 연락이 왔더라. 지난해에도 제보자가 찾아왔다.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말해도 온다. 그 사람들이 고마워서, 관심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범인을 목격한 사람을 찾았다. 범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키가 얼마인지, 소위 용의자 ‘적격’을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서 같이 근무했던 경기지방경찰청 미제사건담당팀의 이정현 경감과 정보 교환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또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이날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후배들이 너무 예쁘고 고맙다”고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당시, 작가가 그를 찾아왔지만 그는 ‘자문’을 거절했다고 했다. 2001년쯤이었다. 하 전 총경 “작가에게 제목이 왜 ‘살인의 추억이냐’고 했다. 나는 현직경찰관이고, 이 사건도 현재 진행형이다. 추억이 아닌 현실’이라고 작가를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를 돌려보내면서 대신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줬다고 했다.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영화에서는 살인 사건이 비오는 날로 그려지는데) 살인 사건 10건 중 6차 사건 하루 밖에 없다. 피해자도 빨간 옷 입은 여자도 4차사건 한 건 뿐”이라며 “영화가 단순히 재미로 그려지는게 속이 상하더라”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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