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서울과 수도권에 소재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이를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중 중증환자 비율 등을 강화하면서, 중증진료에 대한 수가 보상은 높이고 경증진료 수가 보상은 낮추는 조치가 시행된다. 상급종합병원 명칭은 ‘중증종합병원’으로 바뀐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4일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정책브리핑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환자 집중 해소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마련겠다고 밝혔다.
▶서울 등 대형병원 쏠림 현상 10년간 가속화, 아프면 동네병원부터 가는 여건 만들어야=복지부는 최근까지의 의료 제공‧이용 현황 분석 결과,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급종합병원 중심 의료이용이 증가해오고 있고 상급종합병원의 고유기능과 맞지 않는 외래‧경증진료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료기관별 외래일수 점유율을 보면 지난 10년간 대학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의 이용율은 4.1%→5.6%로 증가추세인 반면 동네의 의원급 병원의 경우에는 81.3%→75.6%로 지속적인 감소추세이다. 입원일수 점유율 또한 상급종합병원이 14.9%→16.7%, 동네 의원급 병원은 13.8%→7.7%로 나타났다. 의료기관별 외래내원일수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상급종합병원이 66%, 동네 의원급 병원이 14%로 점점 심화되는 추세이다. 복지부는 이와같은 추세라면 중증‧경증환자 모두 안전하고 적정한 진료를 보장받기 어렵고, 의료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개편방향의 큰 줄기는 아프면 먼저 ‘동네 병·의원’에서 진찰받고, 큰 병원까지 가야할 상황이면 의사가 의뢰하는 적정 의료기관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오랬동안 굳어진 의료제공 및 이용체계 및 국민들의 의료이용 관행을 고려해 우선은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에 맞지 않는 경증환자 진료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정책‧제도 등을 일부 개선‧보완하는 단기대책부터 마련하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우선 추진될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은 상급종합병원이 스스로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경증환자 진료는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평가 및 수가 보상 체계를 개선한다. 이를위해 우선 제4기(’21~’23)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중증환자가 입원환자의 최소 30% 이상(기존은 21%)이어야 하며, 이보다 중증환자를 더 많이(최대 44%까지) 진료하는 병원은 평가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중증환자 중심 진료 노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반대로, 경증환자의 입원과 외래 진료비율은 낮추어, 경증환자는 가급적 동네 병‧의원으로 되돌려 보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상급병원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수가제도 개선, 상급병원·병의원간 진료의뢰 개선=이같은 내용이 실효적으로 정착되기위해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불리하고, 중증환자 진료시에는 유리하도록 수가 구조도 개선한다. 현재는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경증 여부에 관계없이 환자 수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원받고, 종별가산율(30%)도 동일하게 지급되고 있다. 앞으로는, 경증 외래환자(100개 질환)에 대해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경증(100개 질환)으로 확인된 환자(약제비 차등제 적용 환자)는 종별 가산율 적용을 배제(30%→0%)하여 중증환자 진료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경증환자에 대한 수가 보상을 줄이는 대신 중증환자에 대한 보상은 적정수준으로 조정한다. 중환자실 등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에 대해서는 적정 수가를 지급하고, 다학제 통합진료료 등 중증환자 심층진료 수가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특별히 중증환자 위주로 심층 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상급·종합)에는 별도의 수가체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도 시행해, 해당 의료기관의 운영 구조 자체를 중증‧심층진료 위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병‧의원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꼭 필요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뢰가 이루어지도록 개선한다. 현재는 환자가 병‧의원에 진료의뢰서를 요구‧발급받아 선택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구조로, 의뢰 필요성이 낮은 경증환자도 상급종합병원을 쉽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병‧의원 의사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만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직접 진료를 연계해주는 체계로 의뢰절차를 강화한다.
▶환자 임의적으로 동네병의원에서 의료서 받고 대형병원 가는 관행 개선=환자들도 불필요하게 의뢰서를 요구하지 않도록, 상급종합병원은 의뢰서를 개별 제출하는 환자보다는 의뢰․회송시스템을 통해 다른 병‧의원에서 직접 진료 의뢰된 환자를 우선적으로 접수‧진료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평가도 실시(의료질평가 등 보완)한다. 또한, 앞으로 환자들이 개별 제출하는 진료의뢰서는 폐지하거나,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아닌 환자 요구에 따른 의뢰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부과하는 등의 추가개선도 검토해나갈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한 경증 환자나 상태가 호전된 환자는 신속히 지역 병‧의원으로 돌려보내도록 회송을 활성화하고 회송 후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던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다시 필요해진 경우, 신속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밖에 환자의 적정 의료이용을 유도하기위해 경증질환(100개 질환)을 가진 외래환자의 경우에는 상급종합병원 이용 본인부담률(현재 60%)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환자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충분하고 적정한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의 기능‧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에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 종합병원을 〈가칭〉지역우수병원으로 시범 지정해, 지역주민들이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기관으로 육성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에서 필수의료(중증입원, 응급, 심뇌혈관 등)가 적절히 제공될 수 있도록 지역 단위 필수의료 협력‧연계의 구심점으로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9월중 지정·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이번 달부터 즉시 시행 준비에 들어가 조속히 시행하고, 건강보험 수가 개선 관련 사항들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을,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여건을 개선하고, 환자가 질환·상태에 따라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진료의뢰·회송 등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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