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합치고 나누는 것을 합종연횡이라고 한다. 합종은 작은 국가들끼리 연대해 큰 국가에 대항해야 한다는 방법론이고, 연횡은 그렇게 연대한 작은 국가들을 세세하게 분열시켜 힘을 약화시키는 책략이다. 결국 지키려는 자와 넘어서려는 자들의 기본적인 전략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부와 여당의 최근 정치이슈에 대한 전략은 크게 연횡으로 보인다. 먼저 패스트트랙 이슈를 바탕으로 야당인 정의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전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또한 대일 강경책을 통해 국민을 애국자와 이적행위자로 구분하여 선뜻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를 표하기 어려운 구도를 만든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효율적인 합종으로 대응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미약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자유한국당은 야권의 본류가 자신들이라는 오만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모든 의사결정이 자유한국당의 안에 따라야 한다는 아집과 민주당의 과오와 실책이 자연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부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외교 등 다방면에서 집권능력이 심판대에 올랐지만 그 지지율을 받아내지 못한 것에는 그 오만함과 막연함에 의존한 안이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번 조국 후보자에 대한 검증 국면에서 8월 31일 오후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제안한 가족 증인 중 딸과 노모는 철회할 수 있다는 중재안은 합리적이었음에도 자유한국당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틀뒤에 자유한국당은 그 중재안에 가까운 안을 독자적으로 내놓고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이 허비한 이틀이 아니었으면 합종은 힘을 받았을 것이고,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를 빠르게 결단해야 되는 상황으로 갔을 것이다.
이외에도 5월에 서훈 국정원장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부적절한 회동을 가졌을 때에도 자유한국당은 이혜훈 정보위원장이 주도해서 여는 정보위에 대한 참여를 주저하는 바람에 야권 전체가 실기하는 모양새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국시대에도 비교적 땅이 넓고 국력이 강한 초나라가 합종과 연횡을 오가면서 스스로의 멸망을 가져온 것 처럼, 오만은 자멸을 부른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검증국면은 그가 장관에 임명된다 하더라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검찰수사가 이어지고, 야당은 국정조사를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연횡책에 매번 흔들리는 정의당은 변수라고 해도,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국정조사를 향한 전선에서는 흔들림 없는 공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공학적으로 호사가들이 이야기하는 선거를 위한 보수대통합을 위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야당역할을 제대로 하기위해서 이끌어내야 하는 공조이다. 민주당은 조국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고 해도, 정기국회 국면에 들어가면 야당의 공조 가능성이나 집단행동의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고 강하게 나오고 있다. 그 상식을 깨야한다.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면 개별의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국정감사에 몰두하려고 하겠지만, 양당의 지도부는 지도력을 발휘해서 지금 시점에서는 개별 의원들이 주목받기 위해 국감장에 뱀을 들고오고 뉴트리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해 내고 강력한 대여전선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앞으로 총선을 앞두고 다가올 연횡의 소재들도 미리 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석방이나 선거제도의 변화, 공수처관련 논란 등은 모두 총선을 앞두고 차려진 연횡책의 일환이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에 있어서 비상식적인 비례대표 폐지안을 고수하고 당내 탄핵 찬반 갈등을 정리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속에서 위에 열거된 소재들에 대한 바른미래당과의 공조는 요원하고 그 틀안에서 여당은 승승장구할 것이다.
합종연횡이라는 전국시대의 고사는 결국 진시황의 진나라가 6국을 각개격파 해내면서 진나라의 쟁패로 결론나게 된다. 그 때가 되어서 후회하기 전에 야당의 지도자들은 빠르게 우선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 패싱과 불완전한 해명에 대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