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2년 연장 조례 개정 추진
올 예산 56억…연장땐 112억 추산
카드결제 80% 육박…필요성 의문
서울에서 법인택시를 이용하고 5000원(야간 6000원) 이하의 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수수료는 전액 서울시가 예산으로 부담하고 있다. 개인택시의 경우 야간 이용에 한해서만 8000원 이하 요금 시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택시 승객이 소액 결제한 카드수수료를 시가 택시법인이나 개인 택시 기사에 지원하는 사업은 일몰제로서 올 연말이면 종료된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이를 2년 더 연장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택시업계의 요구에 따라 이미 올 2월에 택시요금을 18% 가량 올린데다 소액결제가 사회 전반에 일상화 된 마당에 시민 세금을 택시회사 이익보전에 쓸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따라서다.
29일 서울특별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교통위원회에선 교통위원장인 김상훈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택시요금 카드수수료 지원을 위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통과됐다. 김 의원은 “택시업계 부담을 일부 경감시키고 동시에 택시이용 시민의 카드 결제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2019년 12월31일’로 돼 있는 조례의 유효기간을 ‘2021년 12월31일’로 연장을 제안했다.
조례는 택시요금 1만원 이하를 교통카드로 결제할 경우 서울 시장이 카드수수료를 예산 범위 안에서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할 수 있게 한 것으로 2012년 첫 시행 이후 여러차례 개정을 통해 유효기간이 연장돼 왔다.
문제는 제정 당시와 비교해 현재의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먼저 카드사용 장려를 위한 명분이 사라졌다. 시에 따르면 2007년 3.5%에 불과하던 카드결제율은 2010년 38.9%, 2015년 62.2% 등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 6월 말 현재 79.8%로 80%대에 이른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국내 전반이 ‘캐시리스(cashless·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사회)’로 진입한 변화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 게다가 개인택시기사는 영세사업자로 인정돼 올해부터 카드결제 수수료율이 1.1%(법인은 1.6% 유지)로 떨어졌다.
실상 택시기사 1명에게 돌아가는 실익도 크지 않다. 시는 올해 카드수수료 지원 예산으로 56억5000만원을, 통신비 지원 명목으로 20억원을 편성했었다. 지원 대상은 개인택시 4만9225대, 법인택시 2만2603대로 모두 7만1828대다. 운전기사 1인 당 받는 혜택은 한달에 3000~4000원 꼴로 추산된다.
지원을 2년 더 연장할 경우에 드는 비용은 2년간 112억원으로 추산된다. 시에 따르면 내년 예산에선 통신비 지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해는 택시업계가 외쳐온 요금 인상이 5년 4개월만에 실현돼, 지난 2월16일부터 기본요금이 800원(심야 1000원) 올랐고, 시간·거리요금까지 평균 18%가 인상됐다. 이는 택시의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 시 관계자는 “요금인상분 보단 적지만 개인택시기사 4.5%, 법인 5.4%씩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만일 내년부터 지원을 끊는다면 택시기사가 소액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택시발전법 상 택시기사는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다. 거부하면 자치구로부터 행정처분을 받는다.
그런데도 시의회가 택시 카드수수료 지원 연장을 추진하고 서울시가 크게 반대 의견을 못내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내년 총선도 있고, 그간 ‘타다’ 플랫폼과의 갈등, 내년 법인택시 기사의 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한 완전 월급제 시행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 택시업계 달래기 차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