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붕어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 만들어야” 한다더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 씨의 대학·대학원 진학에는 조국 일가 인맥이 총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씨는 고려대학교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입학할 때 모두 정시모집이 아닌 자기소개서와 스펙을 반영하는 ‘수시전형’을 통과했는데, 다양한 스펙 뒤에는 아버지 조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아내 정모씨의 화려한 인맥이 자리잡고 있었다.
조 씨가 고려대학교 수시모집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총 12개의 인턴쉽 활동이 나와있다. 이중에는 조 후보자 부부의 인맥이 영향을 미친 활동들이 상당수다. 유엔 인턴쉽 활동이 대표적이다. 조 씨의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2009년 제네바 유엔 인권 인턴쉽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유엔 인턴십 프로그램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를 직접 참관하고 이사회 의제를 파악한 뒤 국내 인권 이슈와 접목하는 프로그램이다. 조 씨는 제네바 인턴쉽을 하고난 다음 국제인권전문위원회 산하 국제인권전문가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 인턴 대표 발표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엔 인턴쉽에 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시 유엔 인턴쉽 프로그램 지원자격은 대학생과 대학원생, 일반인으로 고등학생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조 씨가 유엔 인턴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던 아버지의 인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인권위에서 활동했다. 공교롭게도 조 씨를 인턴 학생으로 선발한 교수는 조 후보자와 같은 위원회에 있었던 교수였다.
조 씨의 이공계 연구실 인턴쉽과 논문 활동에는 어머니 정모 씨의 인맥과 정보가 활용됐다. 조 씨가 2009년 활동한 공주대학교 생명공학과 연구실 인턴, 교수가 서울대 동기며 천문학 동아리였던 알려졌다. 같은해 단국대 의대에서 인턴 활동 마찬가지다. 조 씨는 인턴쉽을 2주를 하고 병리학 논문 제1저자가 됐다. 해당 인턴쉽 프로그램은 학교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닌 교수 개인이 만든 것으로, 부모의 정보력과 인맥이 없다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 난 다음에는 조 후보자 모친이 학교를 방문하고 지도교수를 만나며 살뜰히 챙겼다. 조 후보자 모친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는 조 씨가 입학한 2015년 6월 의학전문대학원에 그림 3점을 기증했다. 조 씨가 첫학기에 낙제학점으로 유급한 직후인 같은해 9월에는 부산대학교병원에 그림 4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당시 조 씨의 담당교수에게 “손녀가 학업을 포기하려고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아버지로서 가족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지난 22일 “그동안 저와 가족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컸던 만큼 가족 모두가 더 조심스럽게 처신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딸의 입학 과정에 부정이나 불법은 없었지만,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면이 있었던 만큼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만을 내세우지 않겠다”고 했다.
조 씨의 대입관련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일각에선 ‘조국판 스카이캐슬’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온라인상에는 조 후보자가 과거에 부익부 빈익빈, 불공정 사회 등을 비판한 글이 다시 올라오며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2년 SNS에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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