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vs 비공개 결정 엇갈려
종교인·언론인·여성단체 등
신상공개위원 전문성 도마에
“일관되고 구체화된 기준 절실”
신상공개가 결정된 한강몸통사건 피의자 장대호(38). [JTBC 방송 화면 캡쳐] |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8)의 신상공개가 결정되면서, 기준이 모호한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각 지방경찰청에서 열리는 신상공개위원회는 비슷한 사안을 놓고서도 ‘공개’와 ‘비공개’의 엇갈린 걸정을 내놓고 있다. ‘신상공개 결정’의 파급력을 놓고 봤을때, 신상공개위원회의 공개 기준이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신상공개 심의위원회 개최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찰은 총 16차례의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이중 8개 사건에 대해서는 신상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장대호의 신상공개 결정은 올들어 진행된 열두 번의 신상공개위원회에서 결정된 네 번째 신상공개 결정이었다.
앞서 올해 신상공개 결정이 이뤄진 건은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고유정(36), 진주칼부림 사건 피의자 안인득(42), 청담동 주식부자로 잘 알려진 A 씨의 부모를 살해한 김다운(34)의 사건이었다.
고유정에과 김다운에게는 ‘범죄의 잔인성과 범죄예방 및 공공의 이익 고려’, 안인득에게는 ‘재범방지 및 공공의 이익, 정신질환자 범죄이나 범행당시 의사결정능력 고려’ 등이 신상공개 사유로 작용했다.
하지만 비슷한 범죄에 있어서도 신상공개위원회는 다른 결정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초 발생한 ‘속초 동거녀 살인사건’, ‘광주 의붓딸 살인사건’ 등 사건은 여론으로부터 잔혹 범죄라는 지탄을 받았음에도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유정·김다운 사건과 대비되는 결과다. 아울러 올해 1월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를 무참히 살해한 정신질환 남성 B 씨에 대해서는 신상공개 위원회에서 신상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이는 같은 정신질환자였음에도 신상공개가 결정된 진주 살인사건 용의자 안인득 사건과 비교된다.
이같은 결과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보내고 있다. 유선경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경찰이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일관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들이 봤을 때 ‘들쭉날쭉하게’ 신상공개 결정이 이뤄지는 경항이 있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신상공개 결정에 관여한 바 있는 한 경찰도 “여론과 언론의 요구에 의해 시작한 제도인데, 사실상 피의자 인권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좀 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신상공개위원회에 외부위원을 넣고 있지만 그 과정도 계속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렇게 할거면 안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신상공개위원회 구성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신상공개위원회는 신상공개 여부 논의가 필요할 때 열리는 비상설 기구인데, 지방청 수사부장(또는 수사주무과장)이 위원장을 맡고 경찰관 2명, 인권위원회·정신의학회·종교인·언론인·변호사협회 등의 협조를 받은 외부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나 언론인, 종교인 등이 신상공개위원회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형사수사와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직군으로 평가된다.
강신업 변호사는 “각 지방경찰청 별로 신상정보 공개위원회를 열다보니, 결정이 나오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방청보단 경찰청 본청, 인권의 수호기관인 법원 등 다른 기관에서 신상 공개 문제를 결정하고, 공개 기준도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