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잘못으로 죽은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엄마
원-하청 책임 회피가 사고 원인...근본대책 시급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 보고장에 어머니 김미숙 씨가 눈물을 흘리며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 |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진상조사 발표를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힘든 발전소 일임에도 매일아침 밝게 웃으며 일하러 간 ‘생때’ 같은 아들이 죽음으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주변에선 ‘아들이 부주의해서 죽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꼼꼼한 아들이 잘못해서 변을 당한 것이 아닐 거라 믿었다.
아들이 사고로 저 세상으로 간 지 8개월 만에 진실이 밝혀졌다. 진상조사 발표를 듣는 내내 어머니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연합] |
1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 보고’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 씨가 왜 참혹한 모습으로 세상과 이별해야 했는지가 밝혀졌다.
특조위는 사고 원인을 김씨의 부주의가 아닌 ‘원청과 하청의 책임회피 구조’ 때문으로 판단했다.
연료비 절감을 위해 저열량탄을 쓰다보니 부하가 많이 걸리고 낙탄이 쌓여 작업자가 근접 체크를 해야 했기에, 사고 11개월 전부터 원청인 서부발전이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에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원청은 작업자가 자사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청업체는 자사 설비가 아니라며 서로 책임을 미룬 것이다.
결국 사고가 난 날, 김씨가 낙탄 등으로 기계가 비상 정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좁은 설비 아래로 들어가게 된 이유다. 김씨는 부주의해서가 아닌 ‘근무수칙’을 정확히 지키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또한 사고 시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한 2인 1조 근무가 아닌, 혼자서 근무했던 것도 근로자 안전보다는 비용절감이 우선이었다는 점에서 ‘인재’라 할 수 있다.
한편 김씨 유족인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이 잘못해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데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jo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