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발부사건 유죄율 93%
성범죄 1심 유죄판결 증가세
국보법 위반사범 항소율 높아
형사사건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10건중 8건 이상은 법원이 발부해주는 반면,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보석 신청을 받아주는 비율은 30%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에서 정한 불구속 재판 원칙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 수는 총 3만6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1.3%인 2만4457명에 대해 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건은 꾸준히 감소 중이다. 2009년 5만7019명이던 검찰의 구속영장 규모는 이듬해 4만2999명을 기록한 뒤 2011년 이후부터는 줄곧 3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건도 2009년 4만2732명에서 2010년 3만2573명을 거쳐 2011년 2만8960명을 기록했다. 이후 2만명대를 유지하다 2105년 3만1158명, 2016년 32395명을 정점으로 2017년 28400명, 지난해 2만4457명으로 소폭 감소세다. 구속영장 발부율은 2009년 74.9%였지만, 2015년 81.9%를 기록한 이후에는 8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반면 보석 허가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헌법상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고, 형사소송법은 구속 피고인이 보석을 청구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상습범인 경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주거가 불분명한 경우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염려가 있는 경우 등 예외적 사유를 제외하고는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보석을 받아주는 경우가 드물다. 원칙과 예외가 뒤바뀐 셈이다.
지난해 구속기소된 피고인 2만5288명 중 보석을 허가받은 사람은 1865명에 불과하다.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 2011년에는 구속기소 인원 2만9005명 중 3124명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오히려 보석 규모가 더 작아진 셈이다. 2011~2015년 40%초반에서 30%후반을 기록하던 보석 청구 대비 허가율은 2016년 33.6%, 2017년 36.3%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최근 8년간 최저치인 33.4%로 집계됐다. 보석 인용률이 낮다 보니 청구하는 비율도 소수에 그친다. 지난해 구속기소된 피고인 2만5000여명 중 보석을 청구한 피고인 수는 5583명에 불과했다. 8년 전인 2011년에는 7224명이 신청했지만, 꾸준히 감소해 2017년 6079명만이 보석을 신청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5000명 대를 기록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사건 유죄율은 평균 93%대를 유지하고 있다. 형사사건 전체 무죄율이 3~4%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구속사건 무죄율은 평균 7%정도로, 오히려 다소 높은 수치다. 지난해 구속기소된 2만5000여명 중 95.6%인 2만4167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8년간 유죄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15년으로, 91.5%에 그쳤다. 그해 구속기소된 피고인 10명중 1명은 억울하게 유치장 신세를 진 셈이다. 구속 피고인이 무죄를 확정받은 경우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구속·불구속 사건을 가리지 않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범죄는 성범죄로 집계됐다. 2017년 1심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 수는 5818명으로, 2013년 3307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세다. 반대로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위헌 결정이 내려진 병역법 위반 죄는 5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3년 1577명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17년에는 1209명으로 줄었다. 성풍속에 관한 범죄는 항소율도 가장 낮다.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은 198명 중 23.7%만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반면 시국사범으로 처리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항소율이 가장 높다. 2015~2016년 89%대를 유지하던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율은 2017년에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78.8%가 1심 판결에 불복했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