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LG전자에서 개발중인 가정용 맥주 제조기의 영업비밀을 반출해 새 회사를 차려 판매하려 한 전직 임직원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LG전자 상무 신 모 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 5명과 신 전 상무가 차린 법인에도 각 벌금 750만원이 선고됐다.
김 부장판사는 이들이 반출한 LG전자 사내 문서 중 닐슨리서치 북미 시장조사 결과만 영업비밀로 인정했다. 단, 맥주 제조기 제작 순서가 도식으로 표시된 공정흐름도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시장조사 보고서는)미국 시장에 대해 실시한 구체적 조사 결과 및 그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정보가 아니고 영업에 활용할 가치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공지성’과 ‘경제적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또, 신 전 상무 등 피고인들이 재직 당시 모두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했고 정보보안교육을 받았기에 이 사건에서도 비밀준수의무가 적용됨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업무상 배임죄에 대해서도 실제로 유출된 자료를 토대로 제품을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도, 무단 반출한 것만으로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맥주제조기 공정흐름도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맥주 제조 순서 또는 기존에 출시된 해외 타사 제품의 공정 순서를 종합한 정도의 공지된 정보를 넘어서는 수준의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의 취향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맥주제조기 시장에서 일정한 품질 수준을 곧바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신 전 상무등이 아직 맥주제조기를 시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가정용 맥주 제조기는 2014년 신 씨와 함께 기소된 전직 LG전자 차장 오 모 씨가 사내 아이디어 발전소 공모전에 출품해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회사 측은 사업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2015년 신 전 상무와 오 전 차장 등 13명으로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그런데 2016년 신 전 상무를 시작으로 오 전 차장 등 총 6명이 순차적으로 퇴사했고, 회사 컴퓨터에서 내부 문서들을 파일명을 바꿔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외부에서 내부 컴퓨터에 접속해 파일을 빼낸것으로 드러났다. 신 전 상무는 동종 사업을 이어갈 목적으로 미국에 A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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