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부당해고·위험사회 주제로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에 초점 맞춘 작업 주로 선보여
발인 20일…빈소는 따로 마련하지 않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작가그룹 옥인콜렉티브라의 이정민(48)·진시우(44) 작가가 함께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미술계와 경찰에 따르면 이정민·진시우 작가는 지난 16일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유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재는 사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지인들은 두 작가가 경제적 문제와 그룹 활동 내부 문제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옥인콜렉티브는 지난 2009년 서울 종로 옥인시범아파트 철거를 계기로 형성됐다. 이곳에 살던 김화용 작가의 집을 방문한 여러 작가들이 버려진 공간과 남은 주민의 삶을 역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이듬해 4월 김작가와 이정민·진시우 작가를 주축으로 콜렉티브가 출범했다.
이들은 도시개발, 부당해고, 위험사회 등을 주제로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선보여왔다. 전시는 물론 인터넷 라디오 방송, 공연, 해프닝 등을 활용한 프로젝트로 대중접점을 넓혔다. 지난 1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2018 올해의 작가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역량을 인정받았으나, 내부적 문제로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미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정민·진시우 작가는 주변에 “심신이 많이 지쳐 있지만,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기 위해 힘을 낸다”는 편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작가는 "2018년도 12월부터 불거진 옥인 내부 문제를 전해 들은 분들에게 의도치 않은 고통을 나눠드려 죄송하다"라면서 "옥인의 전체 운영을 맡아온 저희(이정민·진시우) 방식이 큰 죄가 된다면 이렇게나마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이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저희 잘못이고 온 힘을 다해 작업을 해왔던 진심을 소명하기에 지금은 허망함뿐"이라면서 "바보같겠지만 '작가는 작업을 만드는 사람', '예술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작가의 갑작스런 별세소식에 미술계는 충격에 빠졌다. 함께 전시를 진행했던 서진석 전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불과 2주 전에 만났을때만 해도 해외 전시계획에 대해 이야기 했다"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따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발인은 20일 낮 12시 서울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러진다. 장지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추모공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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