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강제성 없는 조항…日측 일방적 주장”
-文대통령ㆍ5당 대표, 내일 회동…핵심은 ‘日경제보복’ 대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강문규·윤현종 기자] 우리 정부와 청와대가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일본 측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이 한일 청구권 협정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던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시한(18일)에 대해선 ‘그 쪽의 일방적 생각일 뿐’이라고 맞섰다. 일각에선 일본이 한국의 ‘중재위 설치’ 거부를 빌미로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한국 대법원이 판결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두고 일본이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수용 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도 청와대와 사실상 동일한 반응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제시한 제3국 중재위 설치 시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18일은 일본이 언급을 하고 있는 날짜인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고 했다.
한국이 일본의 이같은 제안을 받지 않은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해당 제안의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지난해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판결 후 일본과 한국의 움직임을 먼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 1965년 6월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갔다. 근거 조항은 ‘협정 3조’다.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양국간 외교적 협의(3조 1항)→제3국 포함 중재위 구성(3조 2항)→제3국에 의한 중재위 구성(3조 3항)’ 등 3단계로 해결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지난 1월 초 3조 1항에 의거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다. 5월 20일엔 3조 2항 근거로 ‘제3국 포함 중재위 구성’을 제시했다. 청구권 협정이 정한 중재위 구성 답변 시한은 30일이다.
한국 정부도 반응했다. 5월 20일서 한달이 지난 6월 19일, 외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해 한일 양국 기업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 피해자에 위자료를 주자고 일본에 제안했다. 이 때 한국 정부는 일본이 해당 제안을 받는다면 일본 정부가 요청했던 청구권 협정 3조 1항 협의 절차(한일 양국 외교채널을 통한 분쟁해결)를 검토한다고 덧붙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정부는 즉각 이를 거부했다. 청구권 협정 3조 3항에 의거, 제3국 중재위 구성을 요구했다. 청구권 협정 3조 1항이 아닌 3항의 마지막 절차로 가자는 입장이었다. 일본이 주장하는 ‘중재위 구성 시한’이 그로부터 30일이 지난 오는 18일로 잡힌 이유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협정 3조의 발동 요건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한일 간에 발동하자는) 합의가 없었고 어떤 전문가도 3조 적용에 강제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일본 쪽에 제시했던 제안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18일 오후 4~6시 청와대에서 만나 일본의 경제보복을 비롯한 국정 현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담은 한일 갈등이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열리는 것으로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만이자 여야 5당 대표 모두 새로 선출된 이후에는 처음 만나는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대책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일본의 부당성에 대해 여야가 이견이 없는 만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총리의 대일 특사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 총리는 기자 재직시절 일본 특파원을 지냈으며 국회에서도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을 지내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해외 4개국을 순방 중인 이 총리에 대해 “총리의 순방외교를 투톱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에서 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총리 외교’ 띄위기에 나선 것을 두고 대일 외교를 위해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대일특사와 관련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mkk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