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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주니어 “기대 커”, 시니어 “을질 당할까 걱정” 시각차
“신고당합니다. 팀장님” 일부 분위기 벌써 바뀌
도제식 후배 교육 업체들 걱정 태산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박병국·김성우·김유진 기자] “나중에 젊은 직장인들이 시니어가 됐을 때 분위기가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대기업 4년차 경영지원실 직원 이모씨)

성남에서 스타트업 대표를 맡고 있는 30대 대표는 “직장 갑질을 하면 안되겠지만, 일을 하다보면 부하직원들로부터 을질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에 책임감이 없는 신입직원들에 대한 ‘을질 방어책’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건설사 입사 14년차 A씨는 “후배들에 대한 강도 있는 교육을 못시킬 것 같다. 붙잡아서 윽박지르고 하는 것보다, ‘너는 너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간다’ 그런식으로 신입사원들 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장 내에서 관계상 우위를 악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으로 직장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모든 행위가 금지된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시행된 법이지만, 연차가 쌓인 시니어 직원들과 입사가 오래지 않은 주니어 직원들 사이의 법 시행에 대한 생각은 차이가 크다.

우선 젊은 연차의 직원들은 대체로 개정법 시행을 반기고 있다 . 여의도에 있는 한 대기업 직원 이모(29·여)씨는 “제대로만 된다면 이상적인 법이다. 기대가 크다. 지금 갑질하는 상사들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젊은 직원들이 시니어가 됐을 때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안과 관련 된 내용이 공문으로 내려온 일부 공공기관의 젊은 직장인들은 개정법에 고무된 분위기다.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모(33·여)씨는 “공문이 내려온 이후, ‘팀장님, 법에 걸려요, 신고당합니다’ ‘야 하면 안되요 팀장님’ 등 업무 중 장난식으로라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법이 시행된다면, 분명 분위기가 변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분위기는 분명히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시니어 직장인들은 후배 직원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부하직원들을 도제식으로 교육하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걱정이 크다. 대형건설사에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A(39) 씨는 “52시간 시행 이후에, 직장 후배들과의 벽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특히 교육이 문제였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해왔던 교육 방식 자체를 흔들어 버리는 법”이라며 “건설의 경우 하루만에 기술이나 노하우 전수가 되지 않는다. 특히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현장이다 보니까 후배들에게 강하게 프레셔를 하기도 한다. 이제 그걸 못하게된다는 얘기”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한 대기업에서 14년차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강모(39)씨는 “욕하면서 가르치고 그러면서도 직장 선후배들과의 사이에서 유대감이 생겨나는 측면도 있었다”며 “이제는 서로 할 말만 하고 후배가 못하면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공식적인 평가를 내리기만 하면 된다. 특히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서로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대하는 시니어와 주니어의 시각차가 크지만 양 쪽 모두 직장내 괴롭힘의 판단하기가 불분명하다는데는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주니어들은 법의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장으로부터 업무배제 등 의도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용산에서 일하는 직장인 B(32)씨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사 내부 징계가 구속력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내부 징계가 이뤄진다고 한들 그 비난이 하급자에게 쏠릴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은 불가능하고 취업규칙에 정해진 사내 징계만 가능하다. 다만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입사 14년차인 A씨 역시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상황에 따라 직장내 괴롬힘 여부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회사내에서는 첫 신고 대상자, 시범케이스가 되지 말자는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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