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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왜 ‘공짜’로 타요?”…“그냥 열어주니까”
-일부 서울 지하철 ‘비상게이트’ 관리 구멍
-휠체어ㆍ유모차 등 보행약자 통로지만
-벨 눌러 문 열리면 기다린듯 줄지어 통과
-30분만에 15명…직원 “인력 부족 관리 한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야. 카드 찍어야지.”

“아냐. 여기로 들어가면 돼.”

지난 17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의 한 개찰구. 30대 남성 2명이 비상 게이트에 서서 벨을 눌렀다. 원래 휠체어나 유모차가 있는 승객 등만 이용하는 통로지만 비상 게이트는 당연한 양 ‘덜커덕’거리며 열렸다. 이들은 주변을 살펴본 후 안으로 쓱 들어갔다.

일부 서울 지하철역이 비상 게이트를 ‘부정 승차족’에 활짝 개방하는 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 있는 한 비상 게이트를 시민이 버젓이 통과하고 있다.

이는 지하철의 재정 적자로 이어지고 결국 운임 상승으로 귀결되는 만큼, 일반 시민이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1~8호선의 부정 승차 단속 건수는 올해 1~11월 기준 모두 4만2914건이다.

2호선(1만1357건), 7호선(1만168건), 4호선(5395건), 5호선(5374건) 순이다. 12월 건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단속 건수는 이미 2014년(3만2108건), 2015년(4만2289건), 작년(4만2814건)을 넘었다. 매년 느는 추세로 이 속도라면 올해에는 4만6000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무임 승차족’ 상당수는 비상 게이트를 애용했다.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대피통로가 되는 비상 게이트는 폭이 일반 개찰구보다 넓어 장애인 등 보행약자가 드나든다. 카드를 찍고 문을 밀거나 벨을 눌러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지나가는 식이다. 하지만 무임승차족의 경우 일부 지하철역은 벨만 누르면 묻지도 않고 개방하는 부실 관리를 이용해 마음껏 드나드는 중이었다.

지난 19일 오후 3시50분부터 30여분 지하철 1호선 서울역의 게이트를 지켜보니 15명이 비상 게이트를 통해 얌체 승차했다.

차림새로 봐선 모두 이상 없어보였다. 이들 대다수는 청소부와 휠체어를 탄 승객 등이 비상 게이트를 지나가자 잽싸게 뒤따랐다. 활짝 열린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 약 10초간은 누구든 ‘자유 통과’였다. 일부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당당히 벨을 누르기도 했다.

제지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1호선 서울역은 양방향 지하철을 한 승강장에서 이용할 수 있어 방향을 잘못 탄 승객도 아니었다.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1~8호선의 부정 승차 단속 건수를 유형별로 보면 올해 1~11월 기준 노인과 장애인 등 우대권을 무단 사용하는 ‘우대권 부정’ 45.1%(1만9372건), 개찰구를 뛰어넘고 비상게이트로 들어가는 등 ‘무표 미신고’ 32.7%(1만4066건), 어린이와 청소년 교통카드를 무단 사용하는 ‘할인권 부정’ 22.0%(9476건) 순이다.

그러나 직접 현장을 둘러보니 ‘무표 미신고’가 비교적 적은 게 단속 부실 등이 이유일 것이라는 추측이 생길 정도였다.

무임승차를 한 40대 남성 승객을 따라가 비상게이트를 이용한 이유를 물어보니 “지나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수시로 특별단속에 나서는 등 부정 승차 근절을 위한 각종 방안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사에 따르면 연 2회 수도권 운영기관 합동 특별단속에 나서며, 관련 협의체를 통해 분기별 부정 승차 근절방안도 도출하고 있다. 적발 시 승차구간 운임의 30배를 부가금으로 징수한다.

부정승차 행위가 이어지는 이유로는 인원 부족을 문제로 언급했다. 지하철역의 한 직원은 “지하철역 내 모든 개찰구와 비상 게이트를 살펴보는 일이 20명도 안 되는 내부 직원들로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며 “출퇴근 시간대엔 승객이 몰려 더욱 포착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 게이트를 개량하고 안내방송 등을 통해 시민의식을 높이는 방식으로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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