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홍콩,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등 아트페어와 크리스티 홍콩, K옥션 등 미술경매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 오세열(72)이 개인전을 연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오세열 작가의 인물화만을 모아 ‘오세열:무구한 눈’전을 18일부터 개최한다. 지난 2월 동 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던 것에 이어 올해만 두번째다. 학고재갤러리 측은 “같은 작가를 한 해에 두 번이나 소개하는 건 오세열 작가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작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제 Untitled, 1995, 혼합매체 Mixed media, 60×59cm [제공=학고재갤러리] |
전시는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품 중 인물화만을 총 망라했다. 초기작에서 흑백의 모노톤으로 암울하게 묘사됐던 인물들이 최근작에 이르며 밝아지는 변화가 한 눈에 읽힌다.
오세열 작가가 그리는 인물은 대부분 한 다리가 없거나, 팔이 없는 불구의 모습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 위에 뻣뻣하게 누워있거나 서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마냥 기괴하거나 불안해 보이지 않는 건 인물을 대하는 작가 특유의 따뜻함이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외형적으론 팔이 없고, 코가 없는 불구의 아이들로 보이지만, 사실은 심성이 외로운 아이들”이라고 했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 빈곤하고 불안한 현대인의 모습을 위로한다는 것이다.
인물이 불구의 몸으로 그려지는 건 해방둥이로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인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특정 인물을 보고 그리거나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주는 인상과 분위기를 떠올리며 그린다”는 작가는 한국전쟁 직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상이군인, 전쟁의 상흔으로 몸을 다친 사람들을 화면으로 불러들여 나름의 방식으로 보듬고 감싸안았다.
또한 작품 모두가 제목이 없는 것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제목을 보고 자꾸 그림과 제목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감상의 폭이좁아지기에 아예 없앴다”고 했다. 제목이 사라지자 관객의 관여도는 자연스레 올라간다. 그림속 인물의 상황이나 인물들간 관계를 짐작하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 화면속 인물에 자신을 대입해 보면 칠순 노장의 ‘위로’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그림은 어려지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최근작 일수록 더 어린아이 그림같다. “그림 참 못 그린다”는 말이 가장 칭찬으로 들린다는 오세열작가의 이번 전시는 내달 17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