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A형은 소심하다. O형은 외향적이다. B형은 이기적이다. AB형은 바보 아니면 천재다.’
혈액형별 성격분류는 과학적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갤럽 조사결과 혈액형별 성격 분류를 믿는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10명 중 6명 꼴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2.5%포인트p)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을 넘는 58%가 혈액형에 따라 사람들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 2002년 실시한 조사에서 같은 대답을 내놓은 비율은 67%로 9%p높았다.
혈액형별 성격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871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혈액형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49%가 O형을 선택했다. 그다음은 A형 20%, B형 16%, AB형 6% 순이었다. 2002년, 2012년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혈액형 성격론을 믿는 사람들의 절반 가량이 O형을 꼽았다.
이같은 혈액형별 선호도 차이 때문에 혈액형을 밝힐 때 가장 당당한 건 O형이다. O형은 혈액형별 성격 분류에서 두드러지는 단점 묘사가 적고 집단중심적 한국사회에서 걸맞은 외향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AB형, B형은 주변의 편견 탓에 먼저 혈액형을 밝히지 못하기도 한다. 이 두 혈액형은 영화, 드라마 등 매체에서 다소 독특하고 튀는 성격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학적 신빙성이 없는 혈액형 분류가 계속해서 한국인의 신뢰를 받는 이유를 두고 소수성과 낯선 것에 대한 편견이 강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의 구획화와 편가르기가 사소한 부분까지 반영된 결과로 본다. 지역을 영남ㆍ호남으로, 사람을 빈자ㆍ부자, 경제주체를 기업ㆍ노조 등으로 한번 편을 가르고 나면 융합이 굉장히 어려운 게 한국사회의 특징”이라면서 “수적으로 적은 AB, B형에 대한 부정적 묘사나 인식이 많은 이유는 ‘다수가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경향이 마이너한 사람들을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편견으로 굳어진 경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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