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문 전 대표의 극렬지지자들은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 뿐 아니라 김부겸, 김종인, 박용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에게까지 개인 휴대폰으로 수천통의 ‘문자폭탄’을 날리고 ‘18원 후원금’을 전했다.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사진=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
귀국을 앞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는 지난 연말연초, 이른바 반기문 찬가인 ‘거목 반기문’이라는 노래로 논란을 일으켰다. “하늘이 내린 모체로부터 충청도에 출생” “천지간에 일류(인류)문명 덩이지게 할 거목” 등의 가사가 들었다. 충북 음성군은 반 전 총장의 생가에 흉상을 세웠다가 지난해 철거했다.
최근 정국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들어서고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면서 이른바 ‘빠ㆍ사ㆍ모 정치‘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응원을 목적으로 결성된 일부 ‘팬클럽’이나 지지모임의 활동이 도를 넘어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폐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빠’는 특정 인물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들을 가리키는 은어다. ‘○사모’(~를 사랑하는 모임)는 특정인에 대한 지지모임에 흔히 붙는 이름이다. 이들의 도를 넘은 정치활동이 건전한 경쟁을 가로막고 패권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정치 노선에 대한 지지를 개인에 대한 맹목적 충성으로 대체한다. 이는 ‘배타성’과 ‘개인의 우상화’로 귀결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자들이 팬클럽 등 조직을 결성해서 활동을 펼치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들이 ‘피ㆍ아’ ‘선ㆍ악’의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 갇혀 보여주는 배타성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과 그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친박’(친박근혜계)과의 관계에서 보듯 ‘배타성’은 결국 패권주의 강화와 비리ㆍ부패로 연결된다”고 했다.
이러한 ‘빠ㆍ사ㆍ모’ 정치현상은 지연ㆍ학연 등에 바탕한 ‘연고주의’와, 이성보다는 인간관계에 치우친 ‘온정(감성)주의’, 특정 인물의 카리스마에 기대는 ‘권위주의’ 등 한국의 왜곡된 정치문화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한국의 정치 발전 뿐 아니라 각 정치인의 지지층 확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 전 대표는 ‘문자폭탄’과 관련, “우리끼리 과도한 비난은 옳지 않다”며 “생각이 달라도 존중하고 판단이 달라도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전후에 난립과 우상화 양상을 보이는 지지모임도 오히려 판단을 망설이는 중도층들의 마음을 돌아설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이러한 극렬지지층에 대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효율적인 국정운영의 ‘독’이 될 수 있다”며 “지지하는 세력이나 후보를 오히려 고립시키고 경쟁 진영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노사모’와 노무현 정부 시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며, 각 정치인과 대선주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조언이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