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발음과 동떨어진 표기법이 굳어져 영어 사용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예를 들면 한국 국회가 탄핵한 박근혜 대통령의 성인 ’박‘의 영어표기는 현행 ’Park‘ 보다는 ’Bahk‘에 가깝다고 이 통신은 지적했다.
또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기소된 최순실의 성 ’최‘ 역시 지금의 ’Choi‘ 보다는 ’Chwey‘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 ’이‘도 ’Lee‘ 보다는 ’Yi‘나 ’Ii‘에 가깝다고 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와 북한 김정은 노동위원장의 성 ’김‘도 ’Kim‘ 보다는 ’Ghim‘이라고 표기해야 미국인이 더욱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고 AP는 전했다.
AP는 2012년 세계를 휩쓴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강남‘은 ’Gangnam‘으로 표기하지만 자칫 ’갱스터‘를 연상시킬 수 있어 ’Gahngnam‘이 낫다고 했고, 순창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도 ’Sunchang‘으로 적으면 ’순‘을 태양을 뜻하는 ’선‘으로 읽을 수 있다며 ’soonchahng‘으로 적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한국 고유명사의 영어표기가 현실과 동떨어졌음을 오랫동안 지적해왔다.
2000년 7월 국어 로마자표기법이 16년 만에 개정돼 길거리 표지판과 인터넷 도메인명, 사람의 성 등을 실제 발음에 가깝게 적도록 권장하기도 했다.
이 표기법에 따르면 ’Lee‘(이)는 ’I‘, ’Kim‘(김)은 ’Gim‘, ’Park‘(박)은 ’Bak‘,’Choi‘(최)는 ’Choe‘가 돼야 한다.
하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2015년 한 조사에 따르면 김씨 성을 가진 이들의 99.5%가 ’Kim‘을, 이씨의 98.5%가 ’Lee‘를 선호하는 등 이미 표기법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제 식민지배 이후 한국을 통치한 미군정의 영향과 한국의 복잡한 역사, 군중심리, 개인 성향 등이 표기법에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이름의 표기법을 개인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점도 오랜 관행을 바꾸기 힘든 요인으로 꼽혔다.
AP통신은 외국인 여행자나 기업인들을 위해 현재의 표기법을 완전히 재정비하라는 요청도 있지만 당장 각종 표지판과 정부 출판물 등을 바꾸는데도 3천억 원이 소요되는 등 비용부담이 너무 크며 어떤 방식도 완벽한 표기법을 구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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