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한 통에 5만원, 1개월 분 20만원
-고가에 붙는 보안태그, 분유만 부착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대형마트 직원은 끙끙 앓으며 매대에 분유를 채워넣었다. 분유에는 저마다 하나씩 보안태그(security tags)가 붙어 있었고, 이 때문에 분유를 쌓는 것이 힘겨워보였다. 여러개를 붙여서 오밀조밀하게 진열해야 하는데 분유 옆에 불룩 튀어나온 보안태그가 직원을 계속 방해했다.
주로 의류매장과 가전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보안태그는 대형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도구다. 있어도 대형마트에서는 양주와 의류, 가구 등 고가의 상품에만 보안태그를 부착한다.
[ 서울 한 대형마트의 분유코너, 분유 한 통마다 보안태그가 하나씩 붙어있다.] |
기자가 지난 2일 방문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분유에만 보안태그가 붙어있었고, 다른 식품에서는 보안태그를 찾아볼 수 없었다. 보안태그를 다시 찾은 것은 와인, 주류 코너와 친환경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자주(JAJUㆍ자연주의 매장 코너)였다
지난해 초 분유값 대란 이후 일정액씩 내려갔지만, 분유값은 여전한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일동후디스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 산양분유 1단계(800g) 제품의 지난 12월 가격은 5만555원이었다. 지난해 1월 가격인 5만4877원과 비교했을 때 4322원 내린 가격이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중이다. 매일유업에서 나오는 앱솔루트 명작 1단계(800g)의 경우는 2만5302원(-647원), 남양유업의 임페리얼분유XO 1단계(800g)는 2만5121원(-382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이 1명이 먹는 분유는 평균적으로 한주에 한 통이다. 분유수유 중인 가정에서는 한달에 많게는 20만원, 적어도 10만원 이상을 분유지출에 사용하는 셈이다.
분유값이 비싸다보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원성은 이어진다. 현재 육아휴직 중이라고 밝힌 직장인 김하영(29ㆍ서울 서초구) 씨는 “모유와 분유를 섞은 혼합수유를 하고 있는데 분유가격이 확실히 부담스럽다”며 “소셜커머스에서는 저렴한 제품에 판매한다지만, 매장에서 사는 것보다 기분이 찜찜해 대형마트를 찾곤 한다”고 털어놨다. 마트에서 만난 서정순(30) 씨는 “분유값이 너무 비싸 손으로 만졌다가 내려놓기를 몇번이나 하기 일쑤”라며 “다른 물가는 올라도 분유값은 정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싼 가격 때문에 대부분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는 분유에 보안태그를 부착한다. 또 분유 코너 인근에는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서 다른 식품 코너보다 더욱 보안에 열을 올린다. 마트 관계자도 “보안태그는 비싼 상품에만 부착된다”며 “분유와 같은 경우도 다른 제품들과 다르게 가격이 비싸고, 도난사건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태그를 부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비싸게 매장에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