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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로 이미지는 좋아졌지만…정치적 시험대 놓인 X세대 지도자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최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상의실종 패션이 두차례나 포착돼 전세계 네티즌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늘 엄숙한 바지 정장을 고수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기존 정치인들에 비하면 젊은 지도자들은 노출도 거리낌이 없다.

올해 44살인 트뤼도 총리뿐만아니라 마테오 렌치(41) 이탈리아 총리, 폴 라이언(46) 미국 공화당 하원의장 등 40대 미남 지도자들은 종종 팔근육을 드러내며 ‘젊음’을 과시한다. 이들은 자기주장을 당당하게 펴는 ‘X세대’답게 파격적이고 친근한 모습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극 노출하고 있다. 
[사진1=근육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40대 지도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정상에 오르게 된 이들은 추구하는 정책도, 내각 임명도 ‘파격적’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그간 쌓아온 인기가 ‘거품’인지 아닌지 입증해야할 정치적 시험대 앞에 놓여있다.

근육질 몸매 노출도 거리낌없이=트뤼도 총리는 최근 해변에서 잠수복 상의를 허리 아래로 내리고 서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다. 그는 앞서 퀘벡 가티노공원에서도 웃통을 벗고 있다가 한 청소년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전에도 트뤼도 총리는 복싱하는 모습 등을 공개해 ‘섹시한 정치인’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지난 7월 토론토에서 열린 성소수자들의 행사 ‘프라이드 퍼레이드’에는 분홍색 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양자 컴퓨터에 대한 질문에도 술술 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15년 총리 취임 당시 발언도 화제였다. 트뤼도 총리에게 내각의 남녀 비율이 1:1인 이유를 묻자 그는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라고 답했다.
[사진2=지난 7월 성소수자들의 행사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나타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출처=게티이미지]

렌치 총리는 2014년 39세에 최연소 이탈리아 총리로 임명됐다. 피렌체 시장 출신으로 중앙 정치 경험은 없었지만 “낡은 정치를 파괴하겠다”는 슬로건으로 인기를 얻었다.

렌치 총리는 TV에 출연해 기성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스스로를 ‘직설적인 아웃사이더’라고 칭했다. 그는 피렌체 시장 재직 당시 공식행사에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으며, 청바지를 입고 선거 유세에 나섰다. 로마의 고급 레스토랑을 선호하는 나이든 정치인들과 달리 콜라와 피자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운동을 좋아하고 트위터 중독자이기도 하다. 그는 공식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에 자신의 트위터에 먼저 올린다. 렌치 총리의 트위터 팔로워는 250만명이 넘는다.

가디언지는 렌치 총리가 ‘애플 마니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애플 본사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으며, 스티브 잡스가 죽었을 때 ‘페이스북에 애도의 글을 남겼다. 렌치 총리는 잡스를 “우리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칭했다.

그는 총리 취임 당시 여성 국방장관을 임명하는 등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차기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힌다. 준수한 외모와 탄탄한 몸매도 대중적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28살에 하원의원에 당선된 라이언 의장은 올해 위스콘신주(州) 10선에 도전한다.

2012년 타임지는 라이언 의장이 야구모자를 거꾸로 쓰고 체육관에서 역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소개했다. 라이언 의장은 고강도 트레이닝 프로그램인 ‘P90X’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이언 의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인턴 수십명과 함께 찍은 셀카를 올리는 등 SNS를 통한 소통에 나섰다. 하지만 사진에 찍힌 인턴이 백인 일색이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인기는 물거품?…정치적 시험대에 올라=라이언 의장처럼 ‘X세대’ 지도자들의 잦은 일상 모습 노출이나 가벼운 행동은 반대편에 공격의 빌미로 제공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들어 이들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면서 거품이 빠질지, 인기가 더 단단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트뤼도 총리가 당면한 문제는 저유가로 인한 실업률 증가다. 지난 7월 캐나다의 일자리 3만개가 줄었는데, 이는 5년새 가장 큰 폭이다. 7월 실업률은 6.9%를 기록했다.

최근 야당인 보수당은 트뤼도 총리의 해변 상반신 노출 사진과 함께 “최근 일자리가 11만개 사라졌는데 총리는 아직도 휴가 중”라고 비꼬는 글을 당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허핑턴포스트 캐나다는 “실업률은 트뤼도 총리와 야당의 정치적 허니문이 끝났다는 신호”라며 “야당은 정부가 행동을 취할 때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렌치 총리의 정치 생명은 연말 개최될 정치 개혁안 관련 국민투표에 달려있다. 렌치 총리는 그간 ‘국정 발목 잡기’로 악명높은 이탈리아 정치 시스템의 개혁을 추진해왔다. 개혁안에는 상원의원 숫자를 315명에서 100명으로 대폭 줄이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사진3=2014년 5월 청바지를 입고 선거 유세에 나섰던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출처=게티이미지]

하지만 렌치 총리가 국민투표에 총리직을 건 것은 무모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디언은 “렌치 총리의 큰 실수”라며 “렌치 총리가 도박에서 지면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렌치 총리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렌치 총리가 국민투표에서 패해 조기 총선이 개최될 경우,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오성운동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영국처럼 이탈리아도 글로벌 경제에 불안을 더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라이언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지만, 당내에서 트럼프를 버리고 올해 상ㆍ하원 선거라도 건져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이언이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를 비난만 할뿐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능력한 부모같다’, ‘리더십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와 다를바 없다며 ‘언론에 의해 미화된 정치인’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사람들은 라이언 의장이 진지하고 정직하다고 여기지만, 그가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사기에 불과하다.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해 균형있게 보도해야겠다고 생각한 언론이 공화당의 ‘정책통’으로 라이언을 골랐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사진4=지난 7월 백인 인턴들과 셀카를 찍었다가 역풍을 맞은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출처=폴 라이언 인스타그램]

공화당의 전략가인 리즈 마이어는 “라이언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질 것을 알고 트럼프를 돕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라이언은 신뢰도에 타격을 입겠지만 그리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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