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바이러스 기승 ‘콜록콜록’
심장마비·낙상사고·골절 주의
황사 잦아 호흡기 질환도 조심
지난 6일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을 오르던 A(44ㆍ남)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119 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봄철 비보의 한 사례일 뿐이다.
봄에는 심한 일교차로 혈관수축이 많아지고, 심장마비가 발생할 위험도 그 만큼 높다는 것은 국민 상식이지만 실제로는 실생활에 꼼꼼히 적용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아마도 가슴 설렘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무서운 함정이 있다. 생명의 계절이라고 해서 겨우내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몸을 함부로 사용하다간 심장마비, 뇌졸중, 호흡기 및 순환기계 질환, 낙상사고나 골절 등으로 비극에 이르기 쉽상이다. 특히 우리나라 봄은 미세먼지와 황사, 독감 바이러스와 함께 시작된다. 일교차가 심해 겨울보다 감기 환자가 더 많다. 약동하는 생명의 이면에 가시를 감춘 ‘두얼굴의 봄’이다.
봄은 연간 뇌졸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초래해 혈관을 과도하게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를 방문한 뇌졸중 환자 984명을 분석한 결과 3월부터 5월까지 환자수는 268명으로 12월부터 2월의 238명보다 13% 더 많았다.
한국인 사망 원인으로 2위인 뇌졸중은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뇌졸중이 발병하면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면서 감각이 둔해지고 ▷말을 못하고 발음이 어눌해지며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2개로 보이고 ▷어지러움과 함께 걸을 때 비틀거리며 ▷심한 두통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이 중 한 가지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72%이고 모두 나타나면 85% 이상으로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가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황사가 심한 날과 10㎛ 이하 미세먼지와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수록 뇌졸중 입원, 사망 빈도가 높아진다.
큰 일교차는 심뇌혈관질환과 호흡기계 질환의 유발 및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을지대 황규성 장례지도학과 교수가 2012년 서울시내에서 심뇌혈관질환과 호흡기계 질환으로 사망한 26만7524명에 대한 사망원인 자료와 일교차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일교차가 5도 이상~10도 미만일 경우 호흡기계질환이 9% 증가하고, 10도 이상이면 호흡기질환 관련 사망률이 14% 급증했다. 세부질환별로는 천식 관련환자의 사망율이 8%, 만성폐쇄성폐질환이 15%, 폐렴 환자 13%로 등으로 사망률이 증가했다.
요즘들어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도 코와 기관지는 물론, 폐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밖에 꽃가루 알레르기도 봄철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질병 중 하나다.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4~5월에는 알레르기가 극성을 부리는데 비염과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의 원인이 되며 방치할 경우 축농증과 중이염, 만성기침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토마토와 딸기 등 영양 순환을 돕는 음식들을 섭취하여 면역력을 키우고 기관지뿐 아니라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봄이 되면 겨울 동안 하지 못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낙상이나 골절 사고도 많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낙상사고 후 수술을 받은 환자 426명을 분석한 결과, 겨울철 환자 발생 수가 가장 많았지만 봄철인 3월∼5월에도 겨울철 환자수의 60% 수준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년층 낙상사고는 화장실, 계단 등 빙판길과 무관하게 실내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낙상은 노년층 신체 손상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낙상으로 고관절이 골절되면 사망률이 30% 높아진다.
마라톤 산행 등 봄철 무리한 운동은 되레 심장질환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돌연사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비후성 심근증은 신체활동이 활발할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쉬면 곧 사라지기 때문에 환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광주·전남 지역 심혈관 질환 사망자의 7%가 비후성 심근증 환자라는 분석도 있다. 심장 밖으로 피가 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맥박이 빨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격렬한 운동, 폭음, 사우나 등은 삼가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김욱성 심장외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은 병을 인지하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이라며 “심장이 내는 이상신호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