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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쇼크] 메르스 도덕불감증 백태…증상 숨기고, 격리장 이탈하고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 #1. 지난 6일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A(63ㆍ여성)씨가 전북 고창 인근 골프장에서 앰뷸런스 차량에 실려 긴급 호송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자였던 A씨는 자격격리 대상자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일행 10여명과 골프장으로 향했고, 보건당국은 경찰의 위치 추적을 통해 골프장에서 운동하던 A씨를 찾아내 긴급 후송했던 것. 격리 대상자인 A씨가 보건당국의 격리 명령을 무시하고 골프장으로 향한 것은 단지 답답하다는 이유 하나였다.

#2.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인 수험생 B(27)씨는 지난 13일 실시된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다 시험장 입구에서 적발됐다. 그는 135번 확진 환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어 바로 전날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의심자였던 것. B씨는 시험장 입구에서 곧장 격리 조치된 뒤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사태가 한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이같은 도덕 불감증이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자가 격리 대상자는 17일 현재 6000명에 이르면서 격리장소를 무단 이탈하거나 의심 증상이 있는 데도 직장이나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업에 대한 우려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자택을 이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러는 답답한 격리생활 때문에 무단 외출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소동이 이어지면서 진정세인 메르스 사태가 재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인천에서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지난 16일 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자가 격리 중이었던 30대 남성이 거주지를 무단 이탈한 뒤 인천 앞바다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경은 위치추적을 통해 C씨가 탄 유람선을 인천 남항으로 긴급 입항시킨 뒤, C씨를 관할 보건소로 인계했고, 배에 함께 탔던 15명는 의심자로 분류돼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

무단 이탈한 격리자 때문에 마을 전체가 메르스 공포에 떨었던 경우도 있다. 전북 순창의 한 마을은 이달 초 마을 전체가 격리조치됐다가 최근 봉쇄가 풀렸다. 이유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70대 여성이 격리장소를 무단 이탈해 마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이 여성을 다시 격리했고, 그와 접촉했던 의료진과 병원 환자 등 60여명과 마을주민 105명을 자가 격리했다. 또 관할 교육청에선 지역 군내 22개 학교 및 유치원에 대해 무기한 휴업 조치를 내리는 등 지역 사람들이 생고생을 했다. 메리스 환자 한명의 무책임한 행동이 지역 사회를 메르스 공포 속으로 빠트린 셈이다.

이뿐 아니다. 몸에 열이 나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는 데도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구의 첫 메르스 환자인구청 공무원 D(52)씨의 경우다.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채 직장 근무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다 뒤늦게 격리된 케이스다.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온 뒤 고열 등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였지만 자진신고하지 않았다. D씨는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이면서도 20일 가까이 직장에 출근하며 회식과 공중목욕탕 이용 등 정상적인 업무를 계속해오다 지난 15일 지역 보건소에 뒤늦게 신고했고 결국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선 환자 수송을 담당하는 이송요원이 발열 등 메르스 증세가 나타난 상태에서 9일동안 병원에 정상근무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와 접촉한 주변 사람 수십명도 덩달아 메르스 검사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

메르스 ’협박남‘도 나왔다. 메르스 검사를 받던 의심 환자가 의료진을 향해 협박한 경우다. 실제로 141번 환자(42)는 메르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메르스를 다 퍼트리겠다”며 의료진에게 막말을 퍼붓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그는 이튿날 병원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메르스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사생활 침해가 없는 범위에서 불가피하게 위치확인 정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격리장소 무단 이탈 등으로 경찰에 접수된 위치추적 요청한 경우는 2~10일까지 130여건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52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43건, 충남이 11건이다. 최근 요청된 내용까지 함친다면 이 숫자는 훨씬 더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사법당국에 고발된 사례도 있다. 보건당국은 서울과 대전 지역의 무단이탈자 4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 4명은 서울 송파구(2명)와 강남구(1명), 대전 동구(1명)에 각각 거주하고 있다. 이중 대전 동구의 자가 격리 대상자인 F(40)씨는 보건 당국의 경고에도 2,3차례 자택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메르스 감염 여부 확인과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난 뒤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는 제47조에 따르는 조치를 위반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격리대상자들이 임의로 장소를 이탈, 지방에서 골프를 치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버스ㆍ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다”며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는 절대 개인적으로 이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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