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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안 어른이 입원했다…사돈에 팔촌까지‘눈도장 찍기’
후진적 병원문화 이젠 바꾸자 <중> 병 옮기는 병문안부터 없애야
후진적 병원문화 이젠 바꾸자 <중> 병 옮기는 병문안부터 없애야

환자 곁 상주 한국·대만에만 있는 문화
바이러스 노출·전파…병원내 감염 취약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한민국 병원을 점령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최고ㆍ최대를 자랑하며 대한민국 건강산업의 한축을 담당했던 대형 병원들이 메르스 공격에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급기야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몇몇 대형 병원은 응급실까지 폐쇄하는 수모를 당했고, 아예 문을 닫은 병원도 잇따랐다.

이처럼 대형병원들이 메르스에 무장해제된 것은 보건당국의 무력한 방역대책이 주된 원인이만 그 한 켠엔 정 때문이거나 눈도장을 찍기 위해 떼지어 병원으로 몰려가는 후진국형 병문안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각종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는 간병인도 메르스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최근 방한했던 케이지 후쿠다 한-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이 서울 인근의 한 병원을 방문, 병실 출입구에 부착된 메르스 예방 안내문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병균 몰고 다니는 병문안 문화 바꿔야=대구 남구청 주민센터 소속 공무원 A(52)씨는16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대구의료원 음압병상에 격리중이다. 지난달 27ㆍ28일 이틀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중인 모친을 병문안한 뒤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메르스 양성반응을 보인 40대 임신부 B씨도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감염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들처럼 메르스 확진자중 환자의 가족이거나 병문안을 갔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대략 3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도한 병문안이 감염성 질병을 활산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과도한 한국식 병문안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병실도 면회시간과 인원을 제한하거나 병실 방문자 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검토해야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지인이 입원하면 응급실·병실을 가리지 않고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당연한 예의로 여기지만 감염에는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병문안 등과 같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병원문화가 (메르스 사태를 키운) 하나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병의 기회를 줄이면 감염의 기회도 줄기 마련이다. 선진국에서는 상호 감염의 가능성을 줄이고자 방문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우리나라는 입원환자를 방문해 위로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어르신이 입원해 있으면 철모르고 뛰어다니는 손주까지 병문안단에 합류한다.


▶환자 접촉하는 간병인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간병인인 126번 환자(70). 그는 평택굿모닝병원에서 환자를 간병하던중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다. 그의 병원내 감염 여부를 놓고 보건당국과 평택굿모닝병원은 아직도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126번처럼 여러명의 환자를 관리하고 병원내 이곳 저곳을 오가는 간병인은 직업 특성상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게 여간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질병의 진단과 처방이 쉽지 않은 반면 바이러스나 세균을 확산시키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126번 간병인처럼 병원에서 환자를 간병하다 메르스에 걸린 간병인은 16일 현재 총 7명에 달한다. 의료기관 종사자 가운데 의사와 간호사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응급실이나 병실에서 환자의 땀을 닦고 환자용 소변기를 치우고 시트까지 갈아내는 등 각종 수발을 들면서 스스로를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직업이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병원을 통해 감염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메르스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간병인 스스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간병인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 메르스가 전파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고령의 간병이 많아 지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환자 옆에서 간호하는 보호자나 간병인 제도도 달라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자 곁에 상주하면서 환자의 몸상태를 돌보 간병인 제도는 한국과 대만에만 있다. 외국 병원들은 간병인이 병실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다. 병원내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에 취약한 간병인 문화는 제고되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황원민 건양대병원 신장내과 전문의는 ”지식이 부족한 간병인의 경우 몸에 항생제 내성균이 많은 만성진환자를 여러명 간병하다 보면 손씻기 등 감염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여러 환자의 균이 간병인을 통해 전파된다면 환자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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