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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조동석]車에 투영된 低성장
과거 젊은이들은 졸업하자마자 대부분 취직했다. 그러면서 오너 드라이버를 꿈꿨다. 취직도 잘 됐을 뿐더러 고도성장기를 맞아, 알뜰살뜰 모은 월급에다 은행돈 빌려 조그만 집 한채 살 수 있었으니 차 한대 정도는 살만했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새 차를 사는 연령이 높아졌다고 한다. 운전면허를 따는 나이도 늦어졌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독일의 경우 신차 구매고객의 평균 연령은 2010년 50세를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 30세 이하의 신차 구매 비중은 2004년 11%에서 지난해 8%로 감소했다. 일본은 가구 내 차량을 가족 구성원이 공유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를 놓고 모바일 시대를 맞아 젊은이들이 자동차보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를 소유(Own)보다 이용(Use)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 않은 것 같다. 일자리가 없다보니 젊은이들은 자연스레 자동차를 구입할 여력이 없다. 운전면허도 당장 필요없다. 업계는 자동차가 팔리지 않는다고 난리다. 저성장의 그늘이다.

고령화로 자동차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더 오래 사는데도 은퇴 연령이 앞당겨지다보니,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은 더 많아졌다. 수천만원 하는 자동차를 쉽게 바꿀 수 없다. 현재 꼭 필요하지 않는 소비는 뒤로 미루거나 접어야 한다.

자동차가 팔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체들은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나라에서 차를 팔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소형 트럭은 인기다. 생계 수단이다. 불황의 그늘이다.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치솟았다. 집집마다 자녀가 하나 또는 둘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세컨드카는 꿈 속의 얘기다. 아빠들은 퇴근하자마자 차 몰고 학원으로 달려간다. 아이 데리러.

월세는 고공행진이다. 전세는 귀하다. 월급을 월세 내는 데 상당부분 써야 하니, 가처분소득은 그만큼 줄었다. 노후 대비는 어림도 없다. 유명 백화점의 럭셔리 매장은 붐빈다. 하지만 일부 상류층 얘기다. 할인점이나 대형마트도 붐빈다. 먹고 입어야만 하는 것 아닌가. 생활필수품을 사려는 사람들이다. 필요한 소비만 하는 것이다.

구매력은 점점 더 떨어졌다. 수출이 예전같이 않자 내수에 기대를 걸지만, 내수의 한 축인 소비는 맥을 못춘다. 그렇다고 투자가 활발한가. 미래가 불투명한데, 현금은 금고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없어 구매력을 상실한 청년층, 자녀에게 올인하는 중장년층, 미래를 준비를 못한 고령층은 생필품만 소비한다. 저성장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장기 저성장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렵기만 하다. 고령화도 피할 수 없다.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는 재앙이다. 지금의 중년, 젊은이들에게도 곧 닥칠 암울한 미래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래도 가야 한다. 우리 스스로 우리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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