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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진적 병원문화 그만!-1>응급실은 도떼기 시장, 환자는 닥터쇼핑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대한민국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보건당국은 초동 대응에 실패했고, 방역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글로벌 병원으로 통하던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최대 발생 병원으로 전락하면서 심지어 ‘메르스 허브’라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삼성서울병원발(發) 메르스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의 후진국형 병원문화가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로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쇼핑하듯 찾아다니며 진료받는 ‘닥터쇼핑’도 만연하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은 ‘병원이 병을 만든다’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한국식 병원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메르스 사태의 문제점을 조명하기 위해 잘못된 우리의 후진국형 병원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기획기사를 시리즈 형식으로 보도한다.


▶도떼기시장 닮은 응급실, 병 고치려다 병얻는다=대형병원일수록 응급실은 크기 마련이고 또 클수록 더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병원측 의료인들이 뒤엉키다 보니 낮이고 밤이고 연일 북새통이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모든 진료과목의 의료진이 섞여 있는 데다 환자도 교통사고 환자나 호흡기 질환, 순환기 환자, 유아 등이 한꺼번에 뒤엉켜 응급진료를 받음으로써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성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병균과 세균의 놀이터나 다름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제2의 수퍼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도 이런 경우의 하나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감염자 대다수가 응급실에서 근무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 등도 응급실에서 감염된 사례들이다. 결국 삼성병원은 14일 문제의 응급실을 폐쇄했다.

열악한 응급실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과밀성뿐 아니라 위생환경이나 통제 관리도 엉망이다. 글자그대로 응급처지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병실잡기 대기장소 역할도 겸하기에 멀쩡한 사람도 감염위기에 노출되고 만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환경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병원내 감염 예방을 위한 환기, 통풍, 온도유지 시스템 등이 거의 대부분 낙제점으로 방치돼 있다.

응급실 관련 규정엔 감염병 환자를 위한 격리 진료실 등에 대한 기준 역시 없다. 대부분 1인 1실인 데다 내부시설도 환기, 통풍, 습도, 냉·난방, 소음 등 쾌적한 실내환경을 위해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금이라도 (메르스가) 의심되면 1인실로 격리ㆍ입원시켜야한다”며 “우리나라는 대부분 다인실이다 보니 (메르스) 확산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나 방문객 등 일반 사람까지 응급실을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도 문제다. 메르스에 감염된 임산부 환자처럼 자칫 환자 보호자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진료 순례하는 ‘닥터쇼핑’ 사라져야=메르스 1번 환자는 충남 아산서울의원을 찾은 뒤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으로 이동해 사흘간 입원한 후 서울 강동구 365서울열린의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아산서울의원과 365서울열린의원에서 외래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진 2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평택성모병원에선 3차 감염까지 40명 안팎의 대규모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 병원에서 감염된 14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16번째 환자는 대전 대청병원, 건양대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메르스 바이러스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들 환자처럼 자신의 병을 진단받기 위해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니는 이른바 ‘닥터쇼핑’이 메르스 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시간만 되면 하루에도 서너번의 병원은 거뜬히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메르스 환자 발생 3주만에 5000명에 가까운 4856명의 격리대상자를 양산했다.

닥터쇼핑은 건강보험에 따른 낮은 의료비 부담에서 기인한다. 건강보험으로 진료비가 적어 하루에 여러 병원을 다녀도 부담이 없는 것은 물론 1인당 의료기관비율도 높아 동네 상가만 가도 다양한 전문의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나치게 값싼 의료비로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불러 일으켜 닥터쇼핑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병원 선호현상으로 이어져 3,4차 감염자를 양산했다는 게 이번 메르스 사태를 지켜본 의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대형병원 환자 쏠림에는 자신의 병을 숨기거나 의사 불신 때문에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닥터 쇼핑’도 한몫한다”면서 “일부 메르스 슈퍼 전파자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대형병원보다는 (메르스로 부터 안전한 동네) 인근의 안전한 병원을 이용해달다“고 주문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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