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금리 인상 전 인내심 발휘”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인내심’이란 표현이 삭제되면서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곧 불안감을 해소됐고 파장은 크지 않았다.
명확한 시그널을 줬기 때문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이는 ‘노동시장이 더욱 발전하고,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치인 2%에 근접하는 수준’에 대한 확신을 의미한다”며 “문구 삭제가 조기 금리인상을 뜻하는 건 아니다. 4월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unlikely)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이번 결정이 예상대로라고 평가했다. 순간 며칠전 국내 상황이 오버랩됐다.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일대 시장에 파장을 줬던 우리나라 상황이 떠올랐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전 달까지 보여준 가계부채에 대한 금통위의 우려와 현 금리수준이 경제상황에 적정하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는 딴판이었다.
우려는 ‘경기침체’와 ‘수출부진’으로 바뀌었고, “좀 더 (경기상황을)지켜보겠다”던 이 총재의 입장은 “상황이 심각하니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로 선회했다. 생각보다 경기둔화가 심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금통위의 이번 결정 직전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압박이 거셌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연치않은 느낌도 지을 수 없다. 이로 인해 금리여부는 한국은행 말고 정부와 정치권을 보면 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되레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쳤다는 비판도 거세다.
4월 금통위를 앞두고 또 시장이 설왕설래다. 이왕 힘을 실어준 거 확실한 경제부양 효과를 주기 위해 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와 가계부채 문제, 금리인하 효과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또 흔들릴 것인가. 차라리 이럴 거면 수능출제위원처럼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는 게 맞다. 한 국가의 통화정책을 맡을 정도의 식견을 갖췄는데 가시적인 지표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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