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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딸과 아버지의 한판 승부’, 일본 오츠카 가구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지현 도쿄특파원] “제 딸 자식에 대한 용서를 구합니다.”

지난달 가족애와 자존심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바로 일본 거대 가구회사의 아버지와 딸간의 공개적인 권력분쟁이다. 주인공은 오츠카 가구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오츠카 카츠히사와 그의 큰딸 쿠미코.

오츠카 카츠히사 회장(왼쪽)과 딸 쿠미코 사장.

71세의 오츠카 회장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쿠미코가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며 송구하다는 말로 입을 뗐다.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가구회사로 성장한 오츠카 가구는 1969년에 설립돼 현재는 일본 전역에 대형 쇼룸을 여러 개 운영하는 큰 기업이다.

오츠카 회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런 그는 2009년 장녀 쿠미코에게 보직을 물려줬다. 온라인 판매와 이케아 등의 대형 외국 브랜드의 등장으로 주춤하고 있는 오츠카 가구를 살려보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

지금까지 오츠카 가구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일본 가구점으로는 드물게 멤버십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오츠카 가구를 방문하는 모든 고객은 고객카드를 작성한 후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만 구경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여러가지 다양한 가구를 권유하면서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오츠카 가구 매장.(출처=하이프비스트)

하지만 쿠미코 사장은 최근 소비자들은 간섭 받기를 싫어한다며 이를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전략으로 여겼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의 경영방식을 모조리 뒤엎었다.

이에 오츠카 회장은 크게 분노했다. 딸의 노력이 채 결실을 맺기도 전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지난해 7월 딸을 사장직에서 해임하고 이사로 강등시켰다. 그 과정에서 딸의 모든 경영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쿠미코를 지지하던 경영진도 대폭 물갈이됐다.

문제는 오츠카 회장이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선 뒤에도 회사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오츠카 가구는 지난해 매출 555억엔에 4억200만엔 이라는 영업적자를 냈다.

이사회는 다시 쿠미코에게 러브콜을 보내 1월 28일부로 그녀를 다시 사장직에 앉혔다. 하지만 아버지 오츠카 회장은 이를 강력하게 거부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어 쿠미코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영방식에 대한 이견이다. 최근 쿠미코 사장이 발표한 3개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보면 오츠카 가구의 핵심전략이었던 멤버십제도의 폐지 등 여러가지가 포함돼 있다. 또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고객을 늘리고,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저가 가구를 도입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방식을 내세우고 있는 쿠미코는 아버지야말로 경영을 잘 모르고 있으며, 모든 잘못은 그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미코와 오츠카 회장은 현재 자신들의 지지세력으로 구성된 새로운 이사회 후보들을 각각 추천했다. 아버지와 딸은 이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승부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미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쿠미코 사장은 해외 투자자들에 호소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오츠카 가구에서 약 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계 투자펀드가 그녀의 손을 들어주며 이달 말 열리는 주총에서 쿠미코사장의 편에 서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반해 카츠히사 회장은 약 18%의 지분을 가지고 딸에게 맞서고 있다. 변신에 실패한 창업자냐, 입증되지 못한 재벌 2세냐. 결정은 주주들의 몫이 됐다.

jemmi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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