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유가하락 등에 따른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향후 생산자물가가 최종 소비재와 서비스 등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 하락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OECD가 한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전세계 29개국과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G7) 등 7개 경제권역의 올 1월 물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공산품 생산자물가 하락률(전년동기 대비)은 6.2%로, OECD 평균(-3.1%)의 2배에 달했다.
주요 29개국 가운데 생산자물가 하락률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11.8%)와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대외 부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벨기에(-10.1%)와 네덜란드(-10.0%) 등 3개국에 불과했다.
디플레 우려에 시달리는 유로존의 경제대국인 독일은 -1.7%, 프랑스는 -3.9%로 한국보다 훨씬 적은 폭으로 생산자물가가 하락했다. 대대적인 양적완화와 엔화가치 절하를 통해 경기침체 및 디플레 방어에 나서고 있는 일본은 0.2%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G7의 생산자물가는 3.4% 하락해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고, 28개 EU 회원국은 평균 3.6% 하락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가별로 산업구조가 다르고 국제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경우 석유제품과 기타화학 제품 등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으면서 생산자물가가 큰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의 의미에 대해 조심스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지만 그 시차가 줄어들고 일부 반영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초 국제유가 급락과 원화 강세로 생산자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이후 유가 급락세가 진정되고 원화 환율도 다시 상승(원화 절하)하면서 물가하락 압력이 일부 감소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글로벌 디플레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이 입증된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디플레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물가 하락 압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글로벌 물가에 공통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심한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디플레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은 다만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국가는 그 영향을 더 심하게 받지만 중간재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적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생산자물가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조심스러우며 일부는 소비자물가에 이미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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